「종교법인 법」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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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 종교계 일각에서「종교법인 법」제정여부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며칠 전 한국불교태고종이 이 법의 제정을 주장하는 모임을 가진데 이어 지난2일 저녁 서울YMCA가 주최한「Y특별시민논단」에서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되어 학계와 종교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실은 이같은 논의가 요즘 와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종교계 안팎에서 신중히 거론되었다가 사라지곤 한 계쟁중의 사안임을 상기하게 된다.
따라서 이 법이 최근 재론되기에 이른 것도 불교계정화와 사이비종교의 단속 등 정부의 사회정화운동과 연관하여 제기된 것이라고 하겠다.
그런만큼 이「종교법인 법」이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 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찬반을 논하기는 어려우나 우리로서 이 법에 대해 일차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우리 헌법은 19조1항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2항에선 「정교분리제도」를 밝히고 있다.
신교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의 보강아래서 우리 종교단체들은 지금까지 거의 무제약적인 자유를 누려 왔다. 다만 민법 32조가「비영리법인의 성립과 허가」를 규정하면서 종교단체도 이에 준해 신장에 따라 허가하도록 규정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따라서 종교를 누가 새로 만들고 교단을 창립·조직하건 자유였으며 형법 등 현행법규에 저촉되지 않는 종교단체의 활동은 규제되지 않았다. 단지 종교관계 법인들도 하나의 사법인으로서 재산관리상의 규제만 받아 온 것이다.
이에「종교법인 법」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논자들은 이 법이 제정될 경우 종교단체들은 법인격이란 공신력을 가지고 세제혜택마저 받으면서 목적사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뿐더러 사이비종교에 대해서는 주무관청이 법인의 정관인증을 거부함으로써 이를 규제, 사회불안 요소를 미리 제거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밖에 종교단체의 실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서 행정의 능률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 불교재산관리법이나 향교재산법 등 특정종교에만 한정하던 특별한 종교법을 폐기하고 모든 종교에 평등하게 적용될 종교법인 법이 제정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종교법인 법」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종교·신앙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우려를 제기하는 견해도 없지 않은 것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또 모든 종교단체를 종교법인 화함으로써 종교법인의 목적사업 이외의 사업에 대한 법의 혜택을 배제한다는 규정이 과연 어디까지 적용될 것인가 하는 것도 의문이다.
뿐더러 사이비종교는 법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할 때 그「사이비종교」의 정의가 종교학적측면에서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것도 지적된다.
외국의 경우도 종교는 항상 일의 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특수사정에 따라 차이가 없지 않다.
우리와 같이「정교분리제도」를 취한 나라라도「종교법인 법」에 의거해 종교를 다루는 예는 미국과 일본을 들 수 있으며,「교회 법」에 의해 자치권을 행사하는 나라로 서독을, 종교단체 내부문제에 불간섭 원칙을 고수하는 나라로 「벨기에」를, 종교활동의 자유에 통제권을 행사하는 예에 자유중국과 「필리핀」을 들 수 있다.
미국은「종교법인 법」으로 종교단체의 세속적 활동을 다루고 있으며 주에 따라 다르나 대부분 교회를 비영리단체인 사단법인으로 구분해 관장한다.
또 일본의 경우는 l951년 제정된「종교법인 법」이 종교상호간의 평등주의와 법인 비법인 종교단체를 각기 인정하며 법인일 경우엔 사법인 또는 공익법인일 것 등을 규정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볼 때「종교법인 법」은 많은 장점도 있지만 한편 연구·보완할 점도 없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보다 철저한 연구와 논의가 전제되어야겠으며, 제정단계엔 선진제국의 경우처럼 종교활동의「규제」보다는「보호」라는 측면이 특히 유의되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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