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는「임종의 시각」을 알고 싶어한다 서울대 병원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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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임종을 앞둔 환자는 자신의 병이 불치이며 곧 죽게될 것이라는 사실을 통고 받고 싶어하는 반면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이 사실을 덮어두고 싶어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조두영교수는 임종심리학에서 찬성·반대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병황 진실통고(즉『사망선고』)의 당사자인 환자와 의사를 강대로 죽음에 관한 실문 조사를 실시, 방일 그 결과를 밝혔다.
조교수는 서울대병원 내과병동에 입원중인 환자 1백8명(응답거부 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84명(84%)이 자신의 병황 진실을 알고 싶어했다. 반면 전국 14개 의과대학의 임상의학교수 1백5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7명 (50%) 이 『사망선고』를 내리기를 반대했고, 48명(38%)은「경우에 따라」, 27명(18%)은 진실을 알려 준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의사 자신이 임종을 앞둔 환자라고 가정한 경우 97명(62%)이『사망선고』를 받고싶다고 응답, 남이 죽을 때는 알려주지 않지만 자신이 축을 때는 알고싶어하는 모순된 임종관을 보였다.
임종환자는 자신의 『사망선고』를 받기를 원하는 이유로 ▲마음의 준비 (41%) ▲인생의 남은 문제정리 (27%) 등을 들었으나, 13%는 『당사자가 진실을 알아야한다』고 응답, 약자인 병자의 인권도 존중되어야한다 뜻을 보였다.
그러나 의사는『환자에게 고통·절망을 주지 않고 희망을 갖고 치료를 계속하도록 하기 위해』(76%)통고를 반대했으며 , 실제로 병세를 진실로 알려준 환자중 78%가 불안·우울·치료포기 등의 부작용을 보였고, 심한 경우 의사를 원망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일까지 있었다고 응답했다.
임종환자들은 『사망선고』를 전달하는 사람으로 의사(76%)를 가장 적임자로 택했고, 가족(20%)또는 성직자(2%)를 다음으로 꼽았다. 임종의 상황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가족(38%)이었고 의사(17%) 종교(15%), 돈(10%)의 순서로 나타났다.
한편 임종을 맞이하는 장소로는 67%가「집」을 택해『집밖에서 죽은 사람은 초상을 집에서 못 치른다』는 옛 인습을 강하게 반영했다.
조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임종을 앞둔 환자가 가정이 아닌 병원에서 최후순간까지 가료를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므로 환자의 생명연장 또는 평온한 죽음을 맞게 하기 의해 임종심리학적인 연구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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