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치훈명인·본인방「기성」도 따낼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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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조치훈명인·혼인보 (본인방)가 명인타이틀을 일방적 스코어로 방어하게 되자 일본 바둑계의 관심은 조치훈이 현재 진행중인 기성타이틀도 획득하여 일본 바둑사상 최초의 명인·혼인보·기성의 3대 타이틀보유자가 될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현 기성타이틀 보유자인「후지사와」(등택수행·56)9단은 기성전이 생긴 이래 한번도 남에게 타이틀을 양보하지 않고 5연패를 기록하고 있는 맹장.
연패의 기록으로는「다까까와」(고천수격·명예본인방) 9단이 52년부터 60년까지 9년간, 그리고 그 뒤를 이어「사까따」(파전영남·일본기원이사장) 9단이 52년부터 67년까지 7년간 본인방타이틀을 계속 보유한 일이 있으나 5연패도 쉬운 일은 아니다.
조치훈의 기성전 도전이 구본에서 특히 주목들 끄는 것은 떠오르는 태양처럼 빚을 발하는 조치동의 기량이 늙은 흐랑이「후지사와」를 꺾을 것이냐 하는 점 때문이다.
기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타이틀과 마찬가지로 여러관문을 거쳐야한다.
일반기사의 경우 각단우승전→전단쟁패전→최고기사결정전 이라는 3개의 관문이 있다.
각단우승전은 예컨대 5단은 5단끼리, 9단은 9단끼리 각 단별로 토너먼트전을 벌여 상위자를 뽑는 것. 6단 이하는 우승자1명, 7단과 8만은 준우승자 각 2명, 그리고 9단은 4위까지 선발되어 모두 14명이 전단쟁패전에 나갈 수 있다.
전단쟁패전에서 역시 토너먼트로 4명을 선발, ▲이들 전단쟁패전 상위 4명과 ▲명인·본인방·천원 (신문3사 연합 주최) ·산단 (산께이 신문주최)등 4개 타이틀의 보유자 ▲그리고「일본최고기사결정·기성전 심사회」가 추천하는 우수기사 약간 명이 기성도전자 결정전이라 할 수 있는「최고기사결정전」에서 도전권을 놓고 쟁패하게된다.
10월8일부터 시작된 6기 최고기사결정전 토너먼트에는 명인·본인방자격으로 예선 없이 출전권을 갖는 조치훈을 비롯,「가또」천원,「오오따께」(대죽영웅·39) 10단,「다께미야」(무궁정수·30) 전본인방 (대진을 결정할 때를 기준으로본수방자격)등 시드조 4명과 전단쟁패전을 거친「고바야시」(소림광일·29) 9단,「이시구레」(석가욱낭·38) 8단,「아와지」(담노수삼·32) 8만,「하세까와」(장곡천직·21) 7단등 4명, 그리고 심사회의 추천케이스인 임해봉 (39) 9단과「시라이시」(백석유·40) 9단등 10명이 출전하고있다.
지난 8일의 임­「시라이시」,「고바야시」­「이시구레」,「다께미야」­「가또」대전에서는 임­「고바야시」·「다께미야」가 이겨 패한 3명은 이미 탈락했고 조치훈은 오는 19일「고바야시」와 첫 대국을 가질 예정이다.
조치훈이「고바야시」와「다께미야」2사람의 승자를 차례로 꺾으면 최종 결전에 나가 3번 승부로 기성도전권 획득여부를 가름하게된다.
현재 일본기계에서는 여치동이 최고기사결정전에서 우승, 도전권을 얻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검치고있다.
「사까따」9만은 결전 3번 승부에 조치훈과「오오따께」9단이 맞붙을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조치동이「오오따께」보다 더 유리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최근 요미우리신문이 실시한 바둑애호가들의 예상투표에서도 조치훈은 전체표수 4천8백41표중 3분의1이 넘은 1천6백25표를 얻어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물론 이같은 예상을 믿고 낙관할 수는 없다고 첫 대국자인「고바야시」9단은 조치훈과 같은「기따니」(목곡보)문하생의 선배로 천원타이틀을 가진 적이 있는 실력자이며,「다께미야」도 조치훈에게 본인방타이틀을 뺏기기는 했으나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조치훈과 기성전과의 인연은 이제까지는 좋은 편이 아니었다.
76년 제1기 기기결정전과 제2기에는 7단전에서 탈락했고 3기에는 7단전에서 우승했으나 8단쟁패전에서「구도」(공등기부) 9단에 졌다.
4기 때는 역시 8만전에서 탈락했고 작년의 5기에는 8단전에서 우승하고 전단전에서도 우승했으나 마지막 관문인 최고기사결정전에서 두번 째 상대자인「사까따」9만에게 져 역시 도전권 쟁취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조치훈은 작년의 조치훈과는 다르다.
조치훈의 올해 전적을 보면 (8월말 현재) 25승6패1무승부. 19일의 대국상대자인「고바야시」9단 (18승11패) 은 물론 대전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는「다께미야」9단 (8승10패),「오오따께」9단 (19승10패), 임해봉 9단 (20승11패),「하세까와」7단 (16승8패) 보다 훨씬 높은 승률을 보이고 있다.
「아와지」8단만이 24승4패로 좋은 성적을 보이고있으나「오오따께」·임해봉등 두 거물을 제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결승까지 울라갈지 의문이다.
지난 8월 본수방타이틀을 땄을때 조치훈은 『이제부터 정말 좋은 바둑을 보여주겠다』고 말한 일이 있다.
한국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고있는 조치훈이 과연 일기계3대타이틀을 석권할 것인지 성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뿐이다.
3백58명의 전문기사가 기라성처럼 버티고있는 일본기계에는 대소타이틀만도 16개를 헤아린다.
그중 상금이나 역사로 보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이 명인(조일신문), 본수방(매일신문) 기성(독매신문)의 이른바 3대 타이틀이다.
이 3타이틀의 경종을 따지기는 어렵다.
걸려있는 상금만을 본다면 기성이 2천만엔인데 비해 명인은 1천5백만엔, 본인방은 1천2백만엔으로 기성이 톱.
그러나 기뿌는 76년 요미우리(독매)신문이 명인전을 아사히(조일)신문에 넘기고 새로 만든 타이틀이어서 역사가 짧은 반면 본인방은 36년, 명인도 20년이라는 연륜을 가지고 있어 그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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