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엄마는 오늘도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쓴다. 이렇게 네 이름을 적어 보지만 어디로 보내야 될지 모르겠구나. 네가 떠난 지 벌써 1년3개월. 엄마는 널 보낼 수가 없구나. 넌 언제나 엄마 속에 살아 있어. 이렇게 품고 있다고 달라질 게 없는데도 너의 손을 놓아 버리면 엄마 또한 살 수 없을 것 같아. 그리움이 짙어가고 그리움이 고통으로 바뀌어 가는데 엄마는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수 있을까.
엄마가 아직 아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았구나. 억울하게 떠난 아들의 명예를 찾아주고 아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 놓는 게 엄마의 마지막 의무야. 살았을 때 지켜줬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아들아. 내 아들이 그토록 괴롭고 힘들 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는데, 떠난 후에도 널 어둡고 외로운 곳에 홀로 남겨 두었구나. 아들을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그 창고 같은 보관함에 두고 돌아설 때는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것 같아 견디기가 무척 힘들었다.
오래 두진 않을 거야. 엄마가 우리 아들 꼭 제자리로 돌려 놓을게. 엄마는 대한민국과 이 나라 군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이런 세상에서 숨 쉬며 살아야 된다는 게 고통이구나. 외롭더라도 엄마가 데리러 갈 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야 해. 사랑해, 사랑해…. 그리고 많이 보고 싶다.
2014년 8월 11일 사랑하는 엄마가 아들에게
※김모(사망 당시 21세) 이병은 2013년 5월 강원도 부대 내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군은 군생활 부적응을 자살 원인으로 발표했다. 유가족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가혹행위를 자살 원인으로 주장하며 국립묘지 안장을 요구하고 있다. 군이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해 현재 대전에 있는 53군지단봉안소에 유골이 임시 보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