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없이 남발되는 문학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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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금년도 문학상 결산
올해도 각종 문학상의 수상자가 대부분 결정. 시상됐다.
문학상의 수상자가 결정될 때마다 논의되는 것이 장이 남발되고 있다는것과 권위문제다 상이 많아 나쁠것은 없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문학현실에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20여 종이 시행될 만큼 풍성하냐 하는 것이 문제다.
물론 「데뷔」하는 신인에게 주는 신인상이나 문화설술계 전반에 걸쳐 시상되는 종합상을 제외하고도 그렇다.
이 가운데 25년의 역사를 지닌 문학상(『현대문학상』·「현대문학」지제정)도 있지만 대부분이 유명무실한 상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건실한 문학상을 제외하고 많은 문학상들이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은 문학상이 남발되고 있다는 것 외에도 문학상의 성격이 대부분 분명치 않고 상금액수가 적은데다가 문단세력권 형성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점등이다.
문학상이 권위가 없고 얼마나 무책임하게 남발되는가는 다음 몇가지 예로 알수 있다.
79년 4월과 8월에 『동인문학상』과 『춘원문학상』을 새로 제정했다고 이상을 마련한 D출판사와 Q출판사는 크게 발표했었다.
그러나 『동인문학상』은 발표와 함께 1회 수상자(조세희)만을 냈을뿐이고, 『춘원문학상』은 아예 한번의 수장자도 내지 않은채 흐지부지 됐다.
뿐만 아니라 77년 당시 「소설문예」사가 문학상을 제정, 해마다 수상한다고 하고선 한번도 수상자를 선정한 적이 없었다.
이때 이 문학상이 내건 상금은 5백만원이었고 국내최고 액수란 말과 함께 『실추된 문학상의 권위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계기로 삼겠다』고 했지만 이런 공약은 곧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아동문학이나 시조 또는 단편소설에 국한하는 등 상의 성격이 뚜렷한 것은 예외이지만 대부분의 상이 성격이 없다.
시인 전봉건씨는 『문학상이 공로상인지 작품상인지 아리송할 때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은 정실에 흘러 문단세력권 형성의 도구라는 비판을 듣게되는 것이다.
예년의 어떤 문학상은 심사위원들이 수상자를 결정해 놓고 뒤에 그가 1년동안 발표한 작품을 찾아보니 수필 1편뿐이어서 할수 없이 그것을 수상작으로 결정한 「난센스」도 있었다.
상의 상금이 많아야 꼭 권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명무실한 상금액수 때문에 권위없는 상이 남발되는 한 요인이 되는것도 사실이다.
국내 문학상의 상금은 최고 2백만원(『대한민국문학상』)과『노산문학상』)에서부터 2O만∼50만원이 고작, 아예 상패나 상장뿐 무일푼도 있다.
설사 몇 십만원의 상금이 있다하더라도 수상자의 양해 아래 부도를 내기도 일쑤다.
순수한 단일 문학상은 아니지만 올해 제6회 『중앙문화대상』(중앙일보 동양방질제정)의 예술부문에서 수상한시인 서정주씨가 받은 상금 5백만원이 아직까지는 개인문학상으론 최고로 기록되고 있다.
작가 조해일씨는 『문학장의 상금을 높이는 문제는 상의 남발을 막고, 주최측이 그만큼 그 상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고, 또 실질적으로 수상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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