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잡곡·닭고기·오이 … 인슐린 분비 줄여 살 빼는 데 도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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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호 22면

지난 주 회식 때 삼겹살집에 갔던 박 모(48) 부장. 이날 그는 삼겹살 1.5인분에 소주 1병을 곁들인 뒤 냉면 한 그릇을 먹어 치웠다. 마지막엔 불판에 직접 볶은 밥까지 몇 숟가락 떴다. 배가 심하게 불러와 ‘자제할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귀가한 뒤 배는 꽉 찬 듯하지만 허기가 느껴져 밤 1시에 다시 라면을 끓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곤 아연실색했다. 원인은 인슐린이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에 있다. 과식으로 인해 인슐린이 과다 분비돼 혈당이 급전직하하면서 공복감이 밀려온 것이다.

체지방 축적 억제하는 저당지수 다이어트

이런 사람들이 관심을 둘 만한 체중 조절법이 저(低)당지수 다이어트다. 당지수(糖指數)는 당뇨병 환자나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겐 익숙한 용어다. 포도당 100g을 먹었을 때 혈당의 상승 정도를 100(기준, 상한치)으로 잡고 해당 식품 100g을 섭취했을 때의 혈당 상승을 숫자로 표시한 것이다. 영어론 Glycemic Index이며 줄여서 GI라고 쓴다.

6일 서울시 시민청에서 열린 27차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선 저당지수 다이어트법이 집중 소개됐다. 이날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당지수가 높은 식품을 먹으면 혈당 상승→인슐린 분비 증가→체지방 축적으로 이어진다”며 “몸에서 인슐린이 다량 분비되면 근육·간에서 당을 보관하지 못해 결국 여분의 당이 중성지방으로 바뀌고 체지방이 는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당지수가 낮은 식품을 먹으면 인슐린 분비가 줄어들 뿐 아니라 포만감도 커져 체중 감량에 이롭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피하고, 당지수가 낮은 식품으로 구성된 균형식을 통해 인슐린 분비를 줄이는 것이 당지수 다이어트의 요체다. 저(低)인슐린 다이어트인 셈이다. 강 교수는 “우리 국민은 섭취하는 총 열량의 65%가량을 탄수화물에서 얻고 채소 섭취를 즐기므로 저당지수 다이어트를 실천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1999년 공동 조사를 실시한 뒤 심장병·당뇨병·비만 등 성인병 예방을 위해 당지수가 낮은 식품을 위주로 식단을 구성할 것을 추천했다. 일반적으로 당지수는 61을 기준으로 높은 음식과 낮은 식품으로 분류된다. 당지수를 뜻하는 GI가 얼핏 61 같이 보이므로 이를 기억하면 쉽다.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흰빵 대신 호밀빵·통밀빵, 흰밥 대신 잡곡밥·현미밥을 먹으면 인슐린 분비가 감소해 체내 지방 축적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당지수 식품으론 곡류에선 호밀빵·보리·메밀국수·오트밀·흰죽, 육류에선 닭고기·돼지고기·소시지·굴·모시조개, 채소에선 시금치·콩나물·오이·양상추·표고버섯·부추 등이 꼽힌다.

탄수화물 식품 중에선 대체로 밥보다 빵의 당지수가 높다. 바게트는 칼로리는 낮지만 당지수가 높고, 팥빵은 칼로리·당지수가 모두 높다. 콩류·콩제품은 당지수가 낮다. 생선·고기는 모두 당지수가 60 이하여서 저당지수 다이어트에선 권장 식품이다.

채소는 대부분 당지수가 60 이하다. 단 감자·당근·옥수수는 70 이상으로 높다. 과일은 되도록 생으로 먹는다. 과일 통조림이나 설탕이 첨가되면 당지수가 높아진다. 우유 등 유제품과 계란은 당지수가 낮은 편이다.

저당지수 다이어트는 최소 2주 이상 철저하게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2주 정도 지나면 체중·체지방이 조금씩 줄기 시작한다. 변비 예방, 피부 개선, 심적 안정 등의 효과도 덤으로 얻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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