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기」더 익혀 좁은 문을 뚫는다|대학가 취직특강「붐」|「새벽반」 부티 초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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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학가에 취직시험을 겨냥한 과외특강이 한창이다. 오랜 휴교끝에 문을 연 대학들은 대부분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정규강의와는 별도로 시사영어·회화·타자연수 등 취업특강을 개설했고, 강의실마다 수강생들로 초만원을 이룬다.2,3년 전 한때 반짝했던 「구인난」 (구인난) 시대가 가고 「구직난」이 더해가자 좁아진 취직의 문을 뚫기 위한 몸부림이다.

<취직영어특강>
상오6시30분 동국대 상경대 대 강의실.
벌써 50여명의 대학생들이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미리 나와 7시에 시작되는 취직영어특강에 대비하고 있었고, 7시가 가까워지자 3백여 명의 학생들이 좌석을 꽉 메웠다.
취직시험을 눈앞에 둔 4학년생들이 대부분이지만 3학년생들도 50여명쯤 끼어있었다.
학교측은 매년 이 특강을 무료로 개설해왔지만 예년에는 수강생이 고작 1백 여명 정도이던 것이 올해는 3배로 늘어나 이 같은 현상은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
고려대 어학교육실험실이 지난15∼22일까지 취직시험에 대비한 제2기 영어특강수강생(정원1백 명)을 모집하자 접수 첫날에 55명이나 다투어 수강을 신청했고 이튿날엔 이미 정원이 다 차버렸다.
동국대 상경대 방두동군(26·경제과4년·인천시주안동1004)은 『특강을 받기 위해 매일 상오5시20분에 집을 나서기가 괴롭지만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영어회화>
상오8시부터50분간 실시되는 중앙대 영어회화 반 강의실도 상오 6시만 되면 학생들로 꽉 메워진다.
좌석 수는 50석뿐인데 학생들이 1백 명 이상 몰려들기 때문에 저마다 먼저 나오려고 애를 쓴다.
웬만한 종합상사에서는 면접시험 때 간단한 회화실력을 「테스트」하기 때문에 1점이라도 더 따기 위해 학생들은 회화연습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학교측은 학생들이 이처럼 몰리자 최근 미국인2명과 유명영어학원강사 1명을 증원, 아침·저녁으로 회화반을 4시간씩 늘려 실시하고있다.
경희대 정경대도 영어회화 반 수강생이 1백50여명으로 늘어나자 최근 강의실을 대 강의실로 옮기는 등 학생들의 취직시험대비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타자실습>
숙명여대 타자연습 실은 상오9시부터 하오5시까지 타자솜씨를 익히려는 여대생들로 붐 빈다.
이 학교는 많은 학생들이 비서직으로 취업하고 있기 때문에 10여 년 전부터 타자연습 실(타자기 1백74대)을 설치, 강의시간 중 틈나는 대로 각자 한글 및 영문타자를 배우도록 했다.
그러나 2.3년 전까지만 해도 「대졸여성」이라는 잇점 대문에 일자리 구하기가 쉬워 타자를 배우려는 학생이 드물었으나 최근 취직이 어려워지자 타자솜씨를 익히려는 학생이 4백 여명이나 등록 했다.
이 때문에 학교측은 타자연습시간을 학생1인당 1회2시간으로 제한하고있다.
체육과4년 박정희양(22)은 『교사자리를 원하지만 뜻대로 안될 경우 비서직으로라도 취직하기 위해 올 가을 들어 타자를 배우기 시작했다』면서 『이렇게 취업이 어려울 줄 알았으면 1,2학년 때부터 배워둘걸 그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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