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 1국서 부계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0,11양일 간 동경 「하네지와」(우택) 「가든·호텔」특별대국 실에서 벌어진 제5기「명인전」(「아사히」신문주최)도전7번 승부 제1국에서 도전자인 한국의 조치동8단은 명인 「오오다께」(대죽영웅)9단을 2백12수만에 불계로 물리쳐 일본바둑계의 정상에 한 걸음 다가섰다.
「오오다께」명인의 집흑으로 진행된 이 대국은 제한시간인 18시간을 모두 소비하는 치열한 접전이 전개됐는데 11일 밤9시3분 조8만이 2백12수로 우상귀 패자리를 잇자「오오다께」명인이 패배를 인정함으로써 대 혈전의 막이 내렸다.
『「오오다께」명인이 머리를 숙였다.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는 「아사히」신문기사의 첫머리가 말해주 듯 이 대국은 명인으로서는 치욕의 1국이었다.
초반에는 흑이 선착의 효를 살리면서 (29)등의 날카로운 수로 판세를 계속 유리하게 이끈 반면 백은 (36)(50)등의 의문수로 고전을 자초했다. 그러나 우세를 확신한「오오다께」명인이 장고 끝에 (55)(59)(63)(73)의 미지근한 수로「몸조심」한 것이 조8단에게 「찬스」를 가져다 주었다.
바둑의 승패를 뚜렷하게 갈라놓기 시작한 것은 11일 저녁식사를 끝낸 다음부터였다. 조8단은 (16)(20)(26)등의 사석을 이용, 중앙에 엄청나게 부풀어 있던 흑집의 대삭감 작전에 나서 성공을 거둠으로써 조8단의 승리는 확실해졌다.
종반에 이르면서 조8단은 마지막1분의 초읽기에 쫓기면서도 침착하게 마무리를 지었으며「오오다께」명인은 38분을 남겨 놓고있었다. 반면(반면)으로도 5집 이상이 모자른다는 것을 깨달은 명인은 한숨을 몰아쉬며 돌을 거두었다.
흑번으로 조8만이 유리한 제2국은 오는 17,18양일 간 「오오사까」(대판)에서 열린다.

<어렵게 이겼다>

<조치열>
아주 어려운 바둑이었다. 마지막 초읽기에 몰리면서부터는 무아(무아)의 상태에서 둬 나갔다. 초반에는 고전이었으나 상변에 백집이 확정되면서「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1백52로⑪을 먹으면서 「이겼다」고 믿었다.

<백구수가 치명타>

<대죽 영웅>
초반에는 바둑이 잘 풀려나갔으나 (59)를 두고 나서 「이상한 점이었다」고 느꼈고 그래서 인지 몇 개의 악수가 튀어 나왔다. 그러나 초반의 우세는 흔들리지 않아 「미세한 바둑」이라고 생각했는데 1백12수가 치명타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