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농악통해 겨레의 가락을 익힌다|성남 제2초등학교 여자 어린이 농악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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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파란 하늘아래 열두발 길이의 부채가 꼬일 듯 돌아가며 머리위에서 큰 원을 그린다.
고사리 손에 잡힌 작은북이 엎어지고, 젖혀지고, 까딱까딱하는 고갯짓 따라 두어깨는 춤을춘다.
「농자천하지대본」깃발아래 한바탕 농악놀이가 펼쳐진 경기도성남시수진동 제2국민학교(교장 정의모)운동장에는 풍년이 지름길로 찾아왔다.
3채가락으로 바뀌면서 빙글빙글 돌던 원무 또한 가관. 정지하는 듯 이어지고 사각이 되고 달팽이도 된다.
삼쇠·소고·징·장구순으로 묘기가 펼쳐지면 어린 몸들은 어디서 신바람이 나는지「뒤짐법고」「껙엄삼」「돌사위」등 갖가지 묘기를 뽐낸다.
이학교 6학년 14반 45명의 여자 어린이들에 의해 그려지는 농악놀이에서 끊이지 않는 민속예술의 숨결을 보는 듯 하다.
경기도에서, 하나뿐인 여자 어린이 농악대가 만들어진 것은 작년 봄.
김미남교사(25)가 부임하고나서 부터였다.
김교사는 어린이들에게 우리 고유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농악반을 만들었었다.
처음엔 어린이들이 별다른 호응을 하지 않았다.「어른들의 놀이」가 생소하기만 했다.
다른 아이들이「무당벌레」라 놀리고 주민들도 징소리·피리소리가 시끄럽다고 학교에 자주 항의하는 것을 보곤 그틈에 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곡조 씩 가락을 익히고 농악의 묘기를 터득해 가면서 홍미를 끌고 열의가 높아져 갔다. 숙련의 단계에 이르자 대견스러워 졌다.
79년 전국 민속경연대회 초등부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 경기도내 큰 행사나 잔치에는 단체로 초청될 정도로 자리를 굳혔다.
이학교의 농악지도는 5학년 1개「팀」이 기본가락과 율동을, 6학년은 가락·율동을 조화시켜 농악묘기를 익혀간다.
수업이 끝난 뒤 2시간씩 연습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꽤나 진지하기만 하다.
「리더」격인 상쇠잡이 곽선미양(13)은『처음엔 가락·율동이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요즘은 저절로 농악에 심취돼 버린다』고 했다.
지난해부터는 국악예술학교와 자매결연, 농악의 경수를 익히는데 자문을 구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예산부족으로 농악도구를 제때 보수하지 못하거나 유명강사를 초청하여 묘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이 안타깝다. 농악을 하는 중학교가 없어 졸업과 동시에 농악과의 인연을 끊어야 하는 것 을 서운해한다.
김미남교사는『우리전통문화의 계승을 위해서는 상급 학교에서도 고유문화 전승을 지도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덩다당다… 필뉠리리리…흥겨운 농악가락에 어린이들은 어깨춤이 절로 난다. 오곡백과 무르익는 풍성한 가을이면 더욱 흥을 돋운다.
글=조봉환 기자 사진=이호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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