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으로 두 팔 잃은 이라크 소년 쿠웨이트서 치료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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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의사가 되기를 원했지만 미.영군의 공습으로 두 팔을 잃고 절망에 빠졌던 12살짜리 이라크 소년이 희망을 찾게 됐다.

BBC방송은 16일 바그다드의 병원에서 공습으로 입은 상처를 제대로 손보지 못하고 있던 이라크 소년 알리 이스마엘 압바스가 쿠웨이트로 공수돼 전문적인 치료를 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알리는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비록 가난했지만 축구공과 부서진 자전거로 마음껏 뛰놀던 건강한 바그다드 소년이었다. 그러나 이날 자정쯤 연합군의 미사일이 집으로 날아들어 임신 5개월째이던 어머니와 아버지, 동생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나더니 천장이 뚫렸어요. 정신을 차려 보니 병원에 있었고 제 두 팔이 보이지 않았어요."

알리는 병원을 찾은 영국 일간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을 사람들이 알리를 바그다드의 사담시티 병원으로 옮겼지만 소년은 두 팔을 잃었을 뿐 아니라 상반신 피부 60%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알리는 기자들에게 "왜 우리 집을 폭격했나요. 새 팔을 사줄 수 있나요. 그 팔로 밥을 먹고 놀 수도 있나요.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바그다드의 병원에는 깨끗한 물도 없어 치료는 커녕 상처를 씻기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알리를 돌보던 간호사 파틴 사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 편지를 썼다. "당신들은 우리를 폭격할 기술도 있고, 알리의 집을 부술 미사일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수송기 한 대를 내주지 않습니다. 알리를 옮길 수 있도록 제발 비행기 한대만 보내주세요."

이 편지가 영국 언론에 공개되자 블레어 총리는 영국군에 알리의 후송을 지시했다. 이날 알리는 쿠웨이트의 이븐시나 병원으로 공수됐다.

알리는 이제 대수술을 받아야 한다. 허벅지 피부를 떼어 화상을 입은 배와 가슴에 이식해야 한다. 의족 (義足) 도 만들어 평생을 여기에 의존해 살아야 한다.

알리는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이라크전 희생자를 추산하는 미국 민간단체인 '이라크 보디카운트'는 부녀자와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천4백2명의 이라크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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