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통령체제의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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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11대 대통령이 마침내 선출되었다.
27일 열린 통일주체국민회의는 압도적인 지지로 전두환 장군을 대통령으로 선출함으로써 민주사회국가의 건설과 정의사회의 구현이란 무거운 책무를 그에게 맡겼다.
11대 전대통령은 이로써 공식적인 취임식과는 관계없이 사실상 이날부터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게 됐으며 현대 한국정치사는 새로운 한 장을 열게된 셈이다.
우리는 전대통령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재임 중에 역사에 남을 위대한 업적을 창조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우리는 전대통령이 국보위상임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회개혁작업의 성과와 민주복지국가의 건설을 향한 그의 경륜을 볼 때 그에게 거는 우리의 기대가 헛되지 않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이 나라와 전대통령의 전도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축복하는 바이다.
전대통령의 당선으로 10·26이후 계속돼온 체제의 불안정과 그로 인한 사회적 제불안 요소는 일단 극복됐다고 볼 수 있다.
전대통령체제 역시 곧 발의되어 국민투표로 확정될 새 헌법에 의해 탄생될 제5공화국까지의 또 하나의 과도적 성격을 갖는 정부이긴 하지만 그것은 최규하 전대통령체제나 박충훈 권한대행체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군이라는 강력한 지지기반에 더해 국보위상임위원장으로서 추진해온 일련의 사회개혁작업을 통해 국민적 지지기반을 획득하게 됨으로써 전대통령은 과거의 어느 정부 보다 강력한 지지기반 위에 서게 됐으며 이에 따라 과도기적 불안요소가 남을 여지란 있을 수 없게됐다. 말하자면 국민적「에네르기」를 발전과 건설로 집주시킬 강력한 구심이 이제 형성된 것이다.
또 한가지, 전대통령체제의 출범으로 우리시대가 요구하는 세대교체의 실현을 보게된 점을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18년에 걸친 10·26이전 체제하에서의 축적된 노폐물의 대사는 80년대 발전을 위한 일종의 시대적 요청이었다. 그것은 사회의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는 사회정화작업만으로는 완결될 수 없는 성질의 것으로, 지도세력 자체의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자명한 논리의 귀결이라 볼 수 있다.
참신한 지도세력의 등장 없는 부조리의 정리는 일시적으로 사회를 깨끗하게 할는지 모르나 구시대의 고정관념, 낡은「매너」와 낡은 처방이체제안에 잔존하는 한 노폐물은 다시 쌓이기 마련인 것이다.
따라서 누적된 구폐를 청산하고 새시대 새사회를 열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력의 등장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전대통령체제의 출현은 80년대의 새로운 발전에 필요한 새로운 활력을·얻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대통령이 강력한 기반 위에 새로운 활력을 갖고 추진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안보면 에서 철통같은 방어태세가 확립돼야겠고, 경제적으로 70년대에 다 못한 고도산업사회의 실현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며, 사회적으로 기강이 세워지고 안정이 이룩돼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전대통령도 여러 차례 피력한 것처럼 민주복지국가· 정의사회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해나가기 위해서는 국민적 일체감의 조성이랄까, 국민적 화합의 분위기랄까 하는 일이 전제가 됨을 지적하고 싶다.
나라의 발전이 나의 발전과 합치된다고 느낄 때 나는 진정으로 나라의 발전을 포구 할 수 있다. 또는·수출이 잘돼야 내 형편도 좋아진다는 확신이 있어야 국민적 뒷받침을 갖는 수출신장도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국민의 긍정적인 참여는 과제추진의 원동력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전 대통령은 더 많은 국민이 한마음으로 새 시대 건설의 대열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화합의 정치」를 펼쳐나가 주기를 우리는 기대하고자 한다.
전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화합의 손길이 사회의 그늘진 구석에는 물론 그 동안 사회기강확립과 사회개혁의 추진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희생된 일부 층에게까지 미쳐 새 시대 건설의 우렁찬 대열에 동참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좋으리라고 본다.
과제의 성공적인 추진에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또 하나의 요청은「신뢰받는 정부」가 돼달라는 것이다.
값을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가 하루아침에 올리는 식으로 과거정부는 공약을 어김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못 받은 사례를 우리는 흔히 보아왔다. 신뢰를 못 받는 정부가 국민적「에네르기」의 구심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전대통령은 새정부가 신뢰받는 정부가 되도록 각별히 지도해나가기를 바라고 우선 정치일정의 공약부터 하나씩 신속하게 실현해 나가주기를 바란다.
생각해 보면, 전대통령체제는 역대 어느 정권 보다 더 파란 많은 우여곡절의 과정 끝에 탄생된 것이다. 졸지에 권력의 구심을 상실하게된 10·26사태를 기점으로 그 후에 있은 12·12사태, 사북 사태, 학생시위사태, 광주사태, 5·17조치 등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벌어진 온갖 갈등과 긴장, 혼란과 무질서를 겪고 극복하면서 새로운 안정과 발전의 새역사 창조를 사명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전대통령체제인 것이다.
그런 만큼 새 체제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크다. 지나간 10개월이 어려웠던 그만큼 새로 맞을 앞날에 대한주문은 많고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전대통령의 능력과 사명감, 그리고 경륜이 이 기대에 부응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전대통령이 이끌 새 정부와 우리국민이 보여줄 새로운 활력으로 80년대에 위대한 역사를 창조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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