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못 온 나이지리아 대학생 "유엔 인권위 제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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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가 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유엔 여성기구(UN Women)와 덕성여대 주최로 열렸다. 최근 전 세계로 확산 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를 의식한 탓인지 이날 사전 신청했던 일부 학생이 불참해 행사장의 자리가 비어 있다. [김형수 기자]

“탄자니아는 에볼라 바이러스 질환 발병지역과 수천㎞(약 3000㎞) 떨어진 곳인데… 왜 걱정을 하죠?”

 4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차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 개회식. 덕성여대가 유엔 여성기구(UN Women)와 함께 주최한 이 행사에 참석한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대학교 학생 잠와타 므웨니(22·여)는 에볼라 바이러스 전파를 걱정하는 한국인들의 반응에 대해 이같이 반문했다.

 그는 “본국과 한국 공항에서 검역 등 의료적 절차를 철저히 거쳤는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덧붙였다. 같은 대학에서 온 니마 무누오(20·여)는 “정작 본국에서도 에볼라 바이러스를 걱정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아프리카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입국거부를 주장하는 건 너무 과한 반응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덕성여대는 아프리카 지역 학생들도 참가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국내에서 개최 반대 청원운동까지 일자 고심했다. 결국 에볼라 바이러스로 한 명이 사망한 나이지리아 학생 3명에 대해 초청을 취소하고 개회식은 정상 진행키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케냐·에티오피아·카메룬 등 아프리카 9개국에서 온 대학생 28명이 참석했다.

 전날 밤늦게 도착했음에도 이날 오전 일찍 개회식장에 온 이들 대학생은 다소 들뜬 모습이었다. 그러나 국내 취재진이 자신들을 집중적으로 촬영하자 불쾌감을 나타냈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대학에 재학 중인 헬리나 스티피노스(22·여)는 “카메라가 계속 우리들만 찍으니 무슨 잘못이라도 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덕성여대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에볼라 바이러스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홍승용 덕성여대 총장은 “인터넷과 SNS상에서 떠돌고 있는 허위사실들로 인해 행사의 취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며 “감염위험이 없게 철저히 준비했으니 안심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총장은 “아프리카 학생들은 물론 국제사회도 이번 사태에 대한 대한민국과 덕성여대의 조치에 주목하고 있다”고 대회 진행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개회식에는 아시아·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전 세계 13개국에서 34명의 패널, 25개국에서 135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덕성여대 재학생 96명이 당초 개회식 참관을 신청했으나 31명만 참석했다. 주 행사는 오는 15일까지 ‘공감적 봉사, 여성 임파워먼트를 위한 교육’을 주제로 진행된다.

 한편 덕성여대 관계자는 이날 “대회에 참가하려다 초청 철회를 통보받은 나이지리아 대학생 3명이 최근 항의전화를 걸어와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들 학생은 “나이지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병한 것이 아니라 라이베리아인 입국자가 나이지리아에 도착해 숨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입국을 거부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글=장혁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에볼라 출혈열=에볼라 감염병의 공식 질병 이름이다. 감염되면 열이 나면서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고 전신에 출혈 증세가 생긴다고 해서 에볼라 출혈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병을 일으키는 것이 에볼라 바이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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