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역사 전개에의 동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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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11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통일주체국민회의의 소집이 공고되고 새 정치 질서의 구심으로 부각된 전두환 육군대장이 전역하는 등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실무절차가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국가원수 부재의 공백을 극복하고 새로운 국가발전을 주도할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일치된 국민여망이지만, 최규하 전대통령이 사임한지 불과 11일만에 새 대통령을 뽑을 수 있게 된 것은 몇 달 전의 나라 분위기로서는 생각도 못할 일이다.
그만큼 이제 우리 사회가 안정되고 흔들림 없는 중심세력이 확고한 기반을 조성했기 때문에 이런 신속한 절차의 추진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미 각 지역별 안보보고회의에서 대의원들이 추대결의를 한 것으로도 알 수 있지만 이제 막 군복을 벗은 전두환 장군이 국민회의에서 새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이 예견된다.
따라서 매사가 불투명하던 과거와는 달리 앞으로 전개될 사태와 과정은 명백하며, 남은 일은 온 국민이 얼마나 합심하여 새로운 역사전개에 동참하느냐, 그리하여 얼마만큼 눈부신 성과를 거두느냐 하는 문제일 뿐이다.
누구나 짐작하는 대로, 27일 새 대통령이 선출되는 것을 기점으로 제5공화국의 장을 열 새 헌법이 국민투표로 확정될 것이며 이어 그 헌법에 따른 새로운 정치질서의 구축작업이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이런 일연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10·26사태로 빚어진 누구도 원치 않는 과도기는 완전히 극복되고 진정한 새시대의 장을 열게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제 선택을 둘러싼 좌고우면이나 논란의 시대는 지났다. 객관적인 사실은 사실로 인정하고 명백하게 예견되는 전개과정에도 회의의 여지를 둘 필요는 없다.
새로운 선의와 이해로 화합을 굳히고 새로운 능력과 능률로 자기와 이웃을 더 발전시키는 일을 생각할 때가 온 것이다.
이 요청은 새 시대를 이끌 중심세력에게나, 합심하여 같은 대열에 서야할 국민들에게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새 대통령이 될 전 장군이 예편되고 국민회의의 소집이 공고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 요청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서로 깊이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으리라고 보는 것이다.
먼저 새로운 지도세력은 오늘의 안정과 기반조성에 원동력이 된 사회개혁의 의지, 다시 말해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명감과 「퓨리터니즘」 적인 의식을 계속 견지해 나가도록 당부하고 싶다.
일은 이체 막 시작일 뿐이며 완결된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이런 의지로 나가야 의도하는 새 역사의 창조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역시 사회개혁 작업에서 보여주었듯이 앞으로도 「국민이 원하는바」를 실현하겠다는 부동의 원칙에 투철하기를 바라고자 한다.
흔히 과거 일부의 후퇴국지도사들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하고서 결과는 「자기를 위해」 일한 것으로 끝난 사례를 보았지만 「국민이 원하는바」를 실현하겠다는 자세로 나가는 한 이런 실패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바」란 결국 국민여망이며, 그것의 실현이란 곧 민주주의의 실천으로 통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전 장군이 30년 군 생활을 회고하면서 『…오로지 정직과 성실로 맡은바 책무를 다해왔다』 고 전역사 에서 술회한 대목을 보거나, 정의사회구현을 향한 집요한 의지를 볼 때 전술한 우리의 당부와 일치함을 느끼고 새삼 마음 든든하게 생각한다. 특히 그가 장기집권의 폐해를 경고하고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수립을 강조한 것은 인상적이다.
어느 집권자든 다음 임기의 가능성은 유보하고 싶은 내면충동을 가진다고 볼 때 곧 대통령이 될 지도자가 이처럼 말을 끊어 했다는 것은 곧 사심 없음을 잘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국민들도 새시대의 전개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리라고 생각된다. 나라의 주인으로서 정치란 「그들」 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 하는 것이라는 의식을 갖고 모든 사태전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리하여 이견은 극소화하고 합의는 극대화하며, 문제를 만들어 나가기 보다 해결해 나가는 자세로 임해야할 것이다.
새시대의 지표인 민주수지국가의 건설도 국민이 이런 자세로 적극 동참함으로써만 가능하며, 그것을 오직 정부나 여당이 할 일로 방관해서는 이룩할 수 없다.
좋은 일, 잘하는 일에는 기꺼이 박수를 보내고 이견이 있거나 찬성할 수 없는 일에는 대안을 내거나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새지도 세력이나 국민에 대한 이 같은 요청의 실현과정이 곧 새 역사 창조의 과정이며 아울러 앞으로 전개될 일련의 정치행사를 내실화 할 수 있는 길이라고도 믿는다.
새 시대를 향한 도도한 물결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 혼란과 불안과 불투명과 그로 인한 침체와 퇴조를 다시는 재연하지 말아야겠다.
이제 임박한 국민회의의 대통령 선출을 앞두고 앞으로 전개될 새시대의 내실을 다질 조건과 방안은 무엇이며,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인가를 누구나 깊이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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