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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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수출의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지난 6월 24일까지의 수출실적은 88억8천3백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5%, 신용상 내도 액은 83억1천3백만「달러」로 13·3%가 각각 증가하고있다.
지금과 같은 수출신장세가 지속되면 금년 수출액은 목표보다 2억「달러」초과한 1백72억 「달려」에 이르리라는 전망이다. 지표 상으로 보아 수출목표달성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제부터의 문제는 수출이 내실 있는 것이 되어야한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양적인 수출신장이 정적인 수출격조와 일치해야만 알맹이 있는 수출이 될 것이며 국민경제에「플러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반기의 수출 내용은 반드시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금액으로는 지난해에 비해 17·9%가 늘었으나 물량은 9·6% 밖에 늘지 않았고 제품단문도 7·6%상승에 머무르고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각국 물가를 거의 두 자리 숫자로 울려놓고 있는데도 우리 상품의 수출단가 상승률이 그에 못 미쳤다는 사실은 경쟁력이 그만큼 약화되어 거래 조건의 개선을 미흡하게 했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수출물동량의 증가추세가 미미함으로써 국내산업의 가동률도 크게 개선 뒤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하반기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수출진흥을 위해서도 다각적인 수출 신장 책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우선 국내 「인플레이션」의 수습, 산업체질의 강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시키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물가의 불안정과 그에 따른 임금상승·노동생산성의 저하는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해마다 저하시켜 주요 경쟁국보다 불리한 조건을 감수토록 하고 있다.
거기다 국내외시장수요가 없는 일부 중화학공업의 과잉투자로 경쟁력 있는 주요 경공업에 대한 투백구역마저 감퇴시켰다.
이같이 경쟁력 배양에 역행하는 산업 정책 내지 투자 정책은 시정되어야하며 그래야만 국내경제안정도 기할 수가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우리의 수출시장은 미·일등 주요 선진국시장에 편중되어 주 시장의 경기가 침체할 경우 탈출구를 찾기가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다행히 상반기 중에는 미·일 시장에의 수출이 부진했던 반면 중동, 동남아시장에 대한 수출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수출 시장의 다변화는 종합상사를 비롯한 수출업체의 노력으로 이루어 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미개척시장에 진출하려면 그들이 원하는 상품, 그들의 상관을 존중하고 소량주문에도 성실히 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상품의 고부가가치화를 기하여 이른바 제 값 받기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값 싼 제품의 수출은 우리를 뒤따라오는 여타 개도국의 수출전략이나 경쟁력비교에서 이미 우위를 상실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산업발전단계에 적합한 수출이 되어야한다. 분야마다 상품 개발·기술 혁신으로 거래 조건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리고 가장 수출력을 배양할 수 있는 요건은 이제까지 거듭 주장해 온 일이지만 내수기반의 확충에 있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철강·「시멘트」 등 주요 공산품의 수출이 호조라고 하나 내수침체로 인한 재고누적을 수출로 타개하려는 물가피한 현상이 아니라고 하기가 어렵다.
이들 공산품의 수출가격은 내수가격에 훨씬 밑도는 선에서 결정되고 있다.
적자수출이 국민경제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내수시장의 배경이 없는 수출의 취약점이 무엇인가는 자명하다.
재정·금융 등 경제정책의 조정으로 내수를 진작시키면 경기 회복은 물론 수출 상품의 고도화에도 유리하다.
요컨대 수출을 위한 수출이 아니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수출이 되도록 정책전환을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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