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축 받는 미 자동차·철강 공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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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동차·철강 공업의 거인인 미국이 쇠약해 질대로 쇠약해져 일본의 부축을 받지 않고는 일어설 수 없는 딱한 처지로 전락했다.
과거 미국의 자금·기술 지원으로 선진 대열에 낀 일본은 이제 미국과 업계로부터 기술·자금 지원 요청을 받는가 하면 자동차 부문에서도 미국을 굴복시키고 『자유 무역 질서의 보호를 위해 지원을 하겠다』는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구체적인 사례가 일「도요따」자동차와 미「포드」사의 합작 자동차 공장 건설 추진 및 신일본제철과 미 제3위의 철강업체인 「암코」사와의 전면 제휴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왕국으로 군림했던 미국의 자동차 공업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오랜 경영 부실에다 잇단 석유 파동으로 수요자들의 선호가 소형 승용차로 바뀌면서부터다. 미국의 자동차 업계는 석유 파동에도 불구하고 대 당 이익 폭이 큰 대형차에 집착해왔다.
그 결과 미국의 자동차 생산은 71년의 1천60만대에서 79년에는 1천1백48만대로 늘어 난데 그친 반면 소형차를 주축으로 한 일본은 같은 기간 5백47만대에서 1천만대로 바싹 추격해왔고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이 4백27만대 생산에 그친 반면 일본은 5백47만대로 마침내 미국을 앞질렀다.
이같은 여건 변화에 미 GM (제너럴·모터즈)은 『향후 5년간 4백억「달러」를 투입, 소형차 생산 체제로 전환하여 세계 시장을 지배하겠다』는 이른바 「월드·카」 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소형차 생산에 한발 늦은데다 지난해에만 10억「달러」, 올해에는 북미 지역에서만 25억「달러」의 적자를 예상하는 「포드」로서는 자체 능력으로는 소형차 생산 체제로의 전환이 어려운 상태다. 「도요따」와 「포드」의 합작 추진에는 이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일본으로서도 미국 시장에 안심하고 발판을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사실 미국 자동차 업계가 흔들린다는 것은 일본으로서도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무역입국」의 기치 아래 성장해온 일본으로서는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자유 무역에서 후퇴, 보호 무역의 장벽을 친다면 소탐대실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는 가을게 「카터」 정부가 시장 질서 유지 협정을 강요해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돌고 있다.
여기서 일본은 궁지에 몰린 미국을 계속 압박할 것이 아니라 공존의 길을 모색, 자유 역질서를 유지하면서 세계 시장을 적당히 나누어 먹자는 방향으로 생각을 돌려 포드」와 손을 잡게된 것이며 미국도 맞장구를 치고 있는 셈이다.
철강 부문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의 철강 업계는 오랫동안 시설의 개체 등 시설 투자를 외면, 경쟁력을 상실한데다 최근 불황으로 조업율이 50%이하로 떨어지고 문을 닫는 공장이 늘고 있는 형편이다. 직장을 잃은 근로자가 5만명이나 된다.
「암코」가 신일철에 구원의 손길을 요청한 것은 뒤늦게나마 이같은 처지를 절감, 시설을 개체함으로써 경쟁력을 회복시켜 보자는 취지다.
현재 양사는 「암코」의 「휴스턴」 공장이 시설을 완전히 개체하는데 신일철이 기술 자금을 지원한다는데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해 있다.
미국에 안정된 발판을 갖게 되는 일본이 대미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자동차나 철강이나 앞으로 미독금법과의 저촉을 해소하는 일만이 남아 있다.
크게 볼 때 미국이 자동차·철강·「컬러」TV에서 열세에 섰다해도 항공기·우주·석유개발 등 선단 산업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고 있으며 미국이 흔들리면 세계 시장 질서가 흔들린다는 사실을 일본 스스로가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제휴는 강자끼리의 보완을 통해 세계 시장을 계속 나누어먹자는 얘기며 다만 일본의 입김이 더욱 세진 것을 의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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