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 다지는 농촌일손 쉴틈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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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 벼농사가 중간 고비에 접어들었다.
모내기를 끝낸 논이 피사리와 병충해 방제를 기다린다. 가지치기를 끝낸 논은 물을 빼 주어야하고 틈틈이 풀을 베어 퇴비도 만들어야 한다.
이래서 풍년을 다지는 농가의 일손은 쉴 틈이 없다. 올해는 다행히 봄 가뭄을 겪지 않아 어느 해보다 모내기가 순조로 왔다.
모내기를 끝낸 벼는 계속된 무더운 날씨로 성장이 좋아 대풍을 점치게 한다.
그러나 아직도 복병은 많다. 병충해·장마·태풍·여름가뭄 등.

<곳곳에서 병충해방제 한창>
그 중에서도 가장 걱정스러운게 병충해 피해다. 70년도만 해도 7만5천정보에 그쳤던 병충해 발생면적이 77년에는 그 10배가 넘는 78만1천정보, 78년에는 91만1천정보, 그리고 병충해 피해가 크게 줄었다는 작년에도 54만정보에 달했다.
77년에는 전체 벼식부면적의 65%, 78년에는 75%나 피해를 보았고 작년에도 44%를 넘은 셈이다.
올해에도 7월8일 현재 병충해 발생면적이 2만5 정보에 달하고 있다.
작년 같은 시점과 대비하면 2천 정보가 적다고 하지만 올해에도 병해충이 기승을 부릴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지역적으로는 영남지역이 특허 심해서 경북이 전체 발생면적의 43·9%인 l만9백4 정보, 경남이 26·1%인 6천5백9정보나 되어 영남지역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경북에서는 금릉·안동이 특히 심하고 경남은 진양·함안 쪽이 피해가 크다.
이밖에 충북이 1천9백27정보, 전남이 1천7백86정보, 전북이 1천37정보나 되어 주요 곡창이 모두 병충해의 위험을 받고있다.
지금 기승을 부리는 병충해는 잎도열병 외에도 백업고병·문고병·이화명충 등인데 특히 밀양23호·15호·21호와 수원264호, 그리고 재래종인 「아끼바레」에 피해가 크게 번지고 있다.
이 같은 병충해 위협에 농사를 맡은 농수산부도 만만치 않은 대비를 하고있다.
수도용 농약 공급량을 작년의 소비량 1만1천7백t보다 3천t이나 많은 1만5천t으로 늘리고 방제면적도 작년의 l천23만정보보다 3백만정보 이상이 많은 1천3백60만정보에 농약을 뿌릴 계획이다.

<11번 이상 공동방제 계획>
올해 벼 식부면적이 1백22만4천정보이므로 11번 이상 농약을 뿌린다는 얘기가 된다.
작년에는 평균 8·4회 방제작업을 실시했다. 농약을 뿌리는 방법도 종래와 같이 농가마다 개별적으로 방제하는 방법을 피하고 넓은 경지를 한꺼번에 방제하는 공동방제방식을 확대 실시키로 했다.
전국에 이미 2천2백68개 공동방제단이 조직됐으며 공동방제 대상지역은 전체 논 면적의 50%가 넘는 64만6천정보에 달한다.
방제기구도 유제농약을 하루 23정보, 분제는 95정보에 살포할 수 있는 고성능 방제기구 2백73대를 새로 도입, 주요 지역에 배치를 끝냈다.
재래식 방제기구인 분무기가 하루 5정보밖에 작업을 못하므로 5배가까운 성능을 가지고있다.
공중방제도 「아시아」항업사의 「벨」201「헬리콥터」11대와 합동통신이 보유한 「숙」500 2대 등 13대를 용역, 10만정보에 비행기로 농약을 뿌리고있다.
그러나 방제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농약을 뿌리는 대로 병충해가 없어진다면 병충해는 벌써 자취를 감추었어야 옮다.
그러나 실제로는 농약을 뿌린 회수·물량에 비례해서 병충해 발생면적도 늘어가고 있다.
70년에는 평균 3·2회 농약을 뿌리던 것을 지금은 8회이상 뿌리고 있지만 병충해 발생면적은 그때보다 10배가까이 늘어난 것이 그 단적인 증거다.

<화학비 남용, 농약공해 심각>
농약의 사용량 증가에 비례하는 농약공해도 심각한 문제다.
논에서 메뚜기를 볼수 없게 된 것은 오래된 일이고 해마다 적지 않은 농약중독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약을 뿌려도 병해충이 늘기만 하는 농약과 농약공해에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은 식량증산과 함께 해결해야할 중대한 과제다.
최근에는 특히 영남지방의 병충해 피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똑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농수산부가 여기에 대해 아직 뚜렷한 원인규명이나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나친 무관심이라고 할 수밖에 있다.
우리의 식량사정은 그렇게 낙관적이 못된다.
65년만해도 93·9%이던 전체 식량자급용이 70년에는 80·5%, 75년에는 73%, 그리고 작년에는 59·9%로 떨어졌다.
쌀만해도 77년에 4천1백70만섬을 생산, 자급을 이룩하게 됐다고 좋아한 것은 잠깐이고 작년에는 자급률이 86% 로 떨어졌고 올해에도 97·5%를 넘기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와있다.
이 때문에 올해에만도 쌀 57만6천t(4백만섬), 소맥 2백만t, 옥수수 2백38만4천t, 콩 57만6천t을 들여오지 않으면 안 된다.

<식량의 확보는 안보와 직결>
어려운 외화사정에 도입식량 대금으로 11억8천9백만「달러」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돈이 있다해도 마음대로 들여올 수 있는 사정도 아니다.
자원무기화추세에 따라 도입조건은 점점 까다로워지고 가격도 계속 오르고있다.
더욱이 금년에는 세계의 곡물수출량의 60%를 차지하는 미국에 대한발이 들어 벌써부터 곡물시장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있다.
식량의 확보는 이제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안보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식량의 자급은 다른 모든 문제에 우선하는 시급한 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버려진 산지를 개간하여 생산녹지로 만들고 바다를 메워 논밭을 만드는 일을 서둘러야한다.
증산이란 구호아래 화학비료·농약을 남용하던 안이한 자세도 바꾸어야한다. 퇴비를 많이 만들어 화학비료로 거칠어진 땅을 기름지게하고 농약도 공해 없고 효과 높은 좋은 약을 개발하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
식량의 자급은 농민들의 바쁜 일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자금지원·기술개발·품종개량 등 온 국민의 지혜가 뭉쳐질 때만 가능한 일이다. <글 신성순 사진 이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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