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벌써 올라갔네" 세계 정상급 여성 암벽 등반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 로렌 리가 북한산 인수봉에서 암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김상선 기자

광고모델로도 활약하고 있는 미국의 여성 암벽 등반가 로렌 리(25)는 산악인들에게 '허리케인 로렌'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바위가 많기로 유명한 유타주의 허리케인에 사는 데다 그의 암벽타기가 허리케인과 같이 빠르고 폭발적인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주 방한해 북한산 인수봉을 등반할 때도 그는 남자 산악인들도 부담스러워 하는 난코스를 주저없이 기어올랐다.

"저는 성질이 급해서 오래 암벽에 붙어 있지 못해요. 빨리 올라가야 직성이 풀리죠."

그는 2001년 미국 암벽 등반 시리즈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해 미국의 최강자가 됐다. 2003년 피닉스 디노 암벽타기 대회, 2004년 솔트레이크시티 암벽 등반대회 등 국제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특히 고난도의 자연암벽 등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강자다. 2002년 여성이 오르기엔 무리라고 평가되는 '5.13d'급 암벽을 두 차례나 오르는 데 성공했다. 암벽의 난이도를 평가하는 수치 중 하나인 '5.13d'는 경사가 수직보다 더 가파르며 표면이 매끈매끈해 벽면에 쉽게 붙잡을 만한 것이 없다는 의미다. 미국에서 이 정도의 암벽을 오른 여성은 지금까지 3명에 불과하며 자신이 최연소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출신의 중국계 미국인인 리는 청소년 시절까지는 운동과 담을 쌓은 수줍은 여학생이었다. 신시내티 대학 1학년 때 취미로 시작한 인공암벽 등반의 매력에 흠뻑 빠져 결국 프로선수까지 됐다.

"본격적인 암벽 등반가의 길로 나서기 위해 학업을 포기한다는 말을 하자 부모님이 기가 막혀 했어요. 그러나 암벽 등반도 훌륭한 직업이라는 것을 설득시켰고 지금은 부모님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계십니다."

그는 2001년 프로로 전향한 후 주거지도 암벽등반의 명소인 유타주로 옮겼다. 키 1m63㎝, 몸무게 50㎏의 그는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하고 유연한 몸매와 동양적 미모로 미국 유명 의류업체들의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 4일 국내 등산복업체의 초청으로 입국한 그는 9일부터 이틀간 열린 제1회 아나사지 볼더링페스티벌에 참가한 뒤 출국한다.

왕희수 기자 <goma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