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구로역 … 화장실 화재로 2시간 전철 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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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30일 오전 10시 서울 구로5동 지하철 1호선 구로역. 구로역 청사와 옆 쇼핑몰 건물을 잇는 3층 1번 출구 근처의 남자화장실에서 짙은 회색 연기가 새어 나왔다. 화장실 내 배전반에서 전기합선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연기는 순식간에 선로와 대합실로까지 퍼졌다. 화재경보기도 울리기 시작했다. 즉각 화장실 맞은편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손창익 구로 승무사업소장이 119에 화재신고를 하고 진화에 나섰다.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과 역사 내 시민 200여 명도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밖으로 대피했다. 당시 대합실은 출근 피크 시간이 지나 한산한 편이었다.

 화재는 17분 만에 진화됐고, 인명 피해도 없었다. 하지만 화재로 배전반이 훼손돼 전원 공급이 끊기면서 선로 신호기에 장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구로역을 통과하는 상·하행선 전동차와 KTX 운행이 2시간가량 중단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당초 코레일 측은 신호기 수작동을 통해 오전 10시46분부터 상·하행 전동차 운행을 재개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열차 운행은 낮 12시12분에야 재개됐다. 오전 11시30분쯤 구로역에 도착한 승객 조은진(34·여)씨는 “열차 운행이 재개됐다고 해서 왔는데 열차를 타지도 못하게 하고 별다른 안내도 없어 당황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역사 내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대피방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구로역 관계자는 “‘역 내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대피방송을 내보냈지만 전기가 끊어져 승객들은 방송을 들을 수 없었다”며 “직원 15명이 플랫폼으로 내려가 소리를 질러 승객을 대피시켰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배전반에서 전기합선이나 누전 같은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구로역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14일에는 1호선 구로역에서 서동탄 방향으로 가던 전동차가 출입문 고장으로 멈춰 섰다. 10분간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승객 2000명이 다른 열차로 갈아타야 했다. 또 같은 달 1일에는 1호선 서울역∼구로역 구간에 전기 공급이 끊겨 코레일 소속 수원·인천행 10개 열차가 지연 운행됐다. 지난해 11월에도 1호선 구로역 수원 방향 선로에 장애가 생겨 서동탄으로 가는 전동차가 한 시간가량 멈춰 섰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지금까지 발생했던 사고들의 원인은 전기 공급·선로·전동차 등으로 각기 다르고 관리주체도 다르다”며 “전반적인 안전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면 (우리로서는)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채승기·장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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