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교도소 부설 직업훈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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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갱생! 우수 기능공이 되겠습니다.』
푸른 작업복 차림의 20대 청년들이 공구와 씨름하며 기술연마에 여념이 없다. 실습장 안팎에 넘치는 활기와 자신감 있는 훈련생들의 모습은 일반 기술계 학교나 다름이 없다.
다만 이들의 작업복에 붙은 수형자 번호와 『갱생』하고 외치는 낯선 구호가 훈련생들이 재소자임을 알려주고 있다.
출 후의 사회 적응과 재범 방지를 위해 세워진 동양 최대규모의 영등포교도소(소장 배응찬·53) 부설 종합정예직업훈련소의 실습장.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곳에는 현재 전국에서 모인 우수 재소자 4백여명이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 모두 2급 기능사 자격을 얻는 것이 공동목표.
2천93평 부지에 연건평 2천2백23평의 2층 건물에는 각종 실습실과 6천9백여점의 장비가 갖춰져 지난해 12월 일본의 교정관계자들이 돌아보고는 감탄해 「후지」 TV로 일본에 소개되기도 했었다.
직종은 선반·전기용접 등 중공업분야와 건축목공·「타일」·미장·석공 등 건설분야를 합해 모두 8개반으로 1반에 50명씩. 훈련기간은 창호제작(창호제작) 과정만 1년이고 나머지는 6개월.
정예직업훈련은 기능사보자격을 가졌거나 고졸 이상 학력으로 잔형 기간이 8개월 이상 남은 전과 3범 이하의 수형자들만 받을 수 있다.
시설은 선반·용접기·「콤프레서」 등의 각종 장비를 비롯, 강의실·제도실·휴게시설까지 완비되어 기술계통의 다른 훈련기관에서 빌어 쓰기를 요청해올 정도이며 강사는 직업훈련교사 자격을 가진 14명이 분담하고 있다.
훈련비용은 한 사람이 월 2만2천원쯤이나 전액 국고부담이다.
이 때문에 훈련생들의 열의도 대단하다.
교도소 측도 이들에게 긍지와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수형 번호를 부르지 않고 『훈련생』이라 호칭하며 훈련생들을 따로 수용하여 이들에게는 밤늦도록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배려를 하고있다.
이들의 교육성과는 지난달 한국기술검정공단이 실시한 2급 기능사 자격 시험에 2백65명이 응시, 85%가 합격해 일반 직업훈련원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다른 훈련원은 70%쯤 밖에 합격을 못한 것으로 알려져 훈련생은 물론 교도소 측도 큰 용기를 얻었다.
지난해 12월에는 62세의 무기수가 양재공 1급 기능사 자격을 얻어 가석방되기도 해 훈련생들이 본보기로 삼고있다.
배교도소장은 일반수형자의 출소 후 재범율은 46%나 되지만 2급 기능사자격 취득자는 4.8%밖에 안 된다며 수형자들의 기술교육이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교도소 측은 이밖에 일반 수형자들에게도 출소 3개월을 앞두고 미장공·초적공(벽돌 쌓기) 기술을 익히도록 하여 출소자들의 자립을 돕고있다. <권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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