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 한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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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몇 년 전「프랑스」의 「파리·마치」지 (73·1·6)는 흥미 있는 통계를 소개한 일이 있었다. 「파리」시민의 사회계층별 신장을 조사한 것이었다.
우선 17, 18세 고교생(리세)의 평균신장은 상류「그룹」이 l·78m로 하위「그룹」의 1·73보다 무려5m나 차이가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샐러리맨」과 같은 중간계층은 l·75m로 역시 키도 중간이었다.
주택지별의 신장조사도 사뭇 시사적이었다. 고급주택지인「파리」구·16구의 아이들은 13구나 19구의 서민주택지 경우보다2∼4cm나 차이가 났다.
최근 미국에서도 신장에 관한 저서가 출판되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랠프·카이즈」는 「르포르타지」 작가의 『당신의 생애에 있어서의 키』(리를·브라운 두간)라는 책.
「카이즈」는 한마디로 「신장은 실제의 수치 이외에 그의 심리상태와 환경이 큰 몫을 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나폴레옹」의 경우 『키 작은 장군』으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실제는 돋보이게 작은 키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대「프랑스」의 표준신장은 1·65m∼1·68m이었는데 「나폴레옹」은 그 수준에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그 자신이『당차고 강한 사람』의 인상을 과시하기 위해 키 작은 사람의 행세를 했을 뿐이다.
「카이즈」는 그 반대의 경우를 예화로 소개하고 있다. 「카터」대통령의 신장은 l·74m(공식 발표는 1·75m인데, 결코 작아 보이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남의 눈에 쉽게 띄는 자리에선 비교의 위치에 서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1·80m의 「포드」 전대통령과 나란히 있을 때는 반드시 서로 앉아 얘기하기를 원하며, 서 있을 경우는 서로 거리를 두거나 마주 서 있는 다.
「카터」가 지난 76년 자신의 「러닝·메이트」로「머스키」(현 국무장관)를 피한 것은 신장조건도 고려되었을 것이라고 「카이즈」는 말한다. 「머스키」는 1·90m의 거인인 것이다.
키 크고 당당해 보이는「스타」인「레드퍼드」(1·74)나「말론·브랜도」(1·70) 또는「폴·뉴먼」(1·70)도 실제는 수수한 남자의 키를 갖고 있을 뿐이다.
「갤브레이드」교수(「하버드」대)도 경영자들이 고용인 채용면접 때는 우선 키를 먼저 본다는 말을 시인하고 있다. 어떻게 그런 인상으로 보여주느냐는 것은 요령의 문제다.
요즘 우리나라 공업 진흥 청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젊은이의 신장이 눈에 띄게 커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장뿐 아니라 기본체위도 역시 모두 향상되었다. 앞으로 생활용품으로부터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각종 표준치수도 이에 따라 조정되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국민의 체위는 사회환경과 관계가 깊다. 「좋은 사회」는「늠름한 사람」의 온상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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