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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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2일과 23일 이틀동안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는 서방 선진국 일곱개 나라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회담에서는 경제문제뿐 아니라 서방세계 전체의 대소 공동전략이 검토될 것이란 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방 정상회담을 둘러싼 1980년의 상황은 과거 어느 때 보다도 냉엄하다. 「아프가니스탄」사태와 「이란」문제 등 「페르시아」만의 위기가 그렇고, 그 위기에 대처하는 미국과 서구의 감각엔 일체감이 결여되어 있다.
미·소의 신 냉전이 격화하는 것과 때를 같이해 대소 「데탕트」의 지속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견해도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다. 서방동맹의 일체성과 공고화를 위해 무언가 명확한 문제제기와 해답이 있어야할 시점인 셈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서방선진국들이 다뤄야할 사항은 복잡하게 산재해 있다. 실업과 「인플레」문제. 탈 석유와 남북문제, 국제무역과 「오일·달러」환류 등 이른바 「세기적인 난제」들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현재 「인플레」와 경기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점에 들어가 있고 영국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적 양상이 심화되어있는 상태이며 「프랑스」의 경우는 개인 소비지출의 감소 추세와 실업률 상승으로 고심하고있다.
이에 비해 다소의 여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서쪽과 일본이라 하나 전체적으로는 「인플레」억제가 주「테마」가 되리란 전망이다.
「에너지」문제에 있어 각국은 작년의 동경회담과 마찬가지로 OPEC에의 석유의존도를 감소시키는 문제와 대체「에너지」개발을 토의할 것이다. 전자와 관련해 미국은 석유의 국가별 수입목표를 설정하자는 자세이나 우유수입 의존도가 99·8%나되는 일본을 비롯해 서구각국이 그에 간단히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대체「에너지」개발에 있어서는 1990년까지 석유 의존비율을 40%로 감소시킨다는 안과 함께 석탄액화· 천연「가스」의 개발을 위한 국제「에너지」기술「그룹」의 활성화가보다 본격화할 기세다.
남북문제는 소련의 제3세계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서도 각별한 조명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회담에서는 특히 정부개발원조(ODA)를 85년까지 GNP의 0·7%선까지 올리자는 「브란트」위원회의 안이 토의될 것이나 심각한 국제수지적자의 중하에 시달리는 각국이 그에 과연 어느 정도의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밖에도 서방정상들은 IMF를 통해 「오일·달러」를 환류시켜 이를 비 산유개도국에 융자해주는 방안과 미·EEC·일본간의 무역마찰을 조정하는 문제들을 다루게 되는데 이 산적한 난제와 이해사항들을「서방세계 전체의 공동선」구현이란 정신에서 풀어 나가야 하겠다는 것이 일반적인 바람이다.
소련의 대서구 핵「미사일」전력증강과 「핀란드」화 기도에 직면한 「유럽」각국은 미국의 「리더십」에 대해 일종의 불안감을 품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과연 서방세계의 방위를 위해 강력한 군사적 지원을 증강할 결의가 돼있는가 하는 물음인 것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이 미진하다고 보기 때문에 서구우방들은 미국의 대소 강경노선에 선뜻 동조하지 못한채 당황하고 있는 처지다.
이 혼선을 불식하고 명실공히 「서방의 단결」을 공고히 하기 위해 서방정상들은 최대한의 이해와 협조를 발휘할 때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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