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과서에 잘못 많다|국어 책엔 원전과 틀린 글|한문책엔 오독이 수두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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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고교국어교과서에 실린 우리 나라문학작품이 원전과 크게 다르게 실려있다는 것과, 인문계 고등학교 한문교과서의 한문국역이 잘못돼 있다는 두 가지 조사결과가 발표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학작품의 경우, 방송작가 이명재씨가 8O년도 문교부가 편찬한 중학국어 1,2,3학년 1학기용과 인문 및 실업계 고교 국어교과서3권 등 모두 9권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이 조사에 따르면 수록작품 가운데 원작의 뜻이 틀리게 표기된 낱말을 비롯, 원작에서 빠진 어귀, 원작에 없는 어귀의 삽입, 표기 및 부호의 오기 등 10여가지 유형에 걸쳐 잘못 옮겨져 원래 작가의 작품내용과 크게 틀리게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9종의 중·고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문학작품은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잘못 표현된 작품은25편에 달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오기된 작품의 작가는 이광수·이효석·김동인(이상 소설), 이병기(시조), 변형노(수필), 김광균·한룡운·박두종·노천명·김소월·김영낭·윤동왕·이상화(이상 시인)등으로 대부분 우리 나라 근대문학의 개척자적 작가·시인들이다.
잘못 표현된 곳은 전학년에 걸쳐 골고루 나타나있는데 특히 인문 및 실업계고교 2학년 교과서엔 10편의 작품이 틀리게 표현돼 있다는 것. 오기된 부분의 예를 보면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18행『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의『깝치지』(「재촉하다」의 방언)가『까불다』로, 함천명의 시『푸른 오월』의 13행『기인 담을 끼고 다른 길을 걸으며』가『긴 담을 끼고 외딴길을 걸으며, 걸으며』로 잘못 표현돼있다. 또 최남선의 『국토비찬』에서『문자』가『문학』으로, 이양하의『신연위찬』에서『싹트는』『털며』 『가장』『재미있는』등이 『우거진』『떨며』『풍성』『아름다운』등으로 바뀌어 전혀 다른 뜻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회천명의『푸른 오월』에서『꼬사리』『그립구나』『아니』등의 시어가 빠졌고 이양하의 『신선위해』에선『소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솔잎사이로 흐느끼는 하늘을 우러러본다』란 한 개 문장이 완전히 빠진 점들이 지적됐다.
이용완씨(인천대 건고교교사)의『한문국역의 오기』는 고교 한문교과서를 중심으로 30여 군데의 잘못 번역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인문계고교 한문II의 교사용 지도서의『남노려촌』중『토고』(30페이지)가『땅을 두드리며 태평시대를 즐거워한다는 뜻』으로 풀이되어있는데 이 교사에 따르면「토고」는『흙으로 만들고 가죽으로 씌운 북 종류의 악시』란 것이다.
인문계고교 한문I교사용 지도서의1백14「페이지」『수국』은「바다」로 번역되어 있는데 이것은「섬」을 가리키며, 인문계고교 고등한문의 피채소혜 일일부견 여삼추혜(59페이지)가 「임은 쑥을 캐겠지 하루를 보지 못하면 아홉 달을 못 만난 듯」으로 해석돼 있는데 이것은「저 쑥이나 뜯자 하루 못 본 것이 삼추(3년)같아」로 옮겨야 옳다는 것이다. 또 인문계고교 한문I중의 장안대도련협사가「삼안의 넓은 길은 좁은 골목길에도 통해서」로 해석되어있는데 이것은「장안의 넓은 길이 화루 가로 이어져서」가 바른 해석이라고 했다. 이것은 「협사」가 뻐젓하지 못하고(협)올바르지 못하다(사)는 뜻에서 창녀가나 화류 가를 의미한다고 했다.
이 교사는 이밖에 한자의 오용·오독도 지적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모든 교과서에 있는 연개소문과 갑오갱장의 표기다. 이 교사는 연개소문의 경우「개」자가 ⓛ덮을 개와 ②성 합의 두 가지 표기가 있어 여기선 성 합의 발음을 따「연개소문」이 아니라「연합소문」으로 읽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갑오갱장의「갱」자도 ⓛ고칠 경(동사)과 ②다시 갱(부사)의 두 가지 음으로 읽히는데 이 경우엔 동사 앞에 쓰이니까 부사로「갑오경장」이 아니라「갑오갱장」으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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