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BOX] 삼풍백화점 붕괴로 동생 잃어 … "낙하산 펴야 살듯 웃음 펴야 살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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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강명숙 준위의 얼굴에서는 늘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상대방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미소다. 장난 삼아 물었다. “그 웃음도 훈련의 결과인가요.“ 순간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눈가에 그늘이 졌다.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여섯 살 아래 여동생을 잃었습니다. 동생이 백화점 직원으로 근무했는데 결국 시신도 찾지 못했어요. 이후 5년 가까이 방황했습니다. 웃음을 되찾게 된 것도 동생 덕분이고요.”

 사고 당시 그는 극도의 상실감에 빠졌다. 그때 특전사 동료들이 큰 위안이 됐다. “수습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온 이들이 특수임무대원이었습니다. 저들이면 동생을 구해 줄 수 있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어요. 동생이 못다한 것을 위해 살자, 그런 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강 준위는 세월호의 아픔을 되새겼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10명의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사고 소식을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동생을 먼저 보낸 슬픔이 있으니까요. 그때도 32명을 찾지 못했습니다. 서울 양재동 시민의 숲에 삼풍백화점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위령탑이 있어요. 요즘도 힘들 때는 그곳에 갑니다. 동생을 생각해서도 내가 잘해야 한다, 그런 힘을 얻어 옵니다.”

 강 준위는 예의 ‘낙하산론’을 꺼내 들었다. “낙하산을 펴야 사는 것처럼 사람의 얼굴에는 웃음이 활짝 펴야 합니다. 그래야 사는 겁니다.” 사방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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