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신부의 교육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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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귀여운 자녀의 학자금은 높은 보험금과 이익배당율을 정부가 보장하는 체신부의 교육보험으로!』 -. 16년전 노란 바탕에 까만 글씨로 인쇄된 안내서의 한 귀절이다.
큰아이가 태어난지 27일만에 우체국 직원의 권유로 3년불입 12년거치의 교육보험에 가입했다. 그이의 담배 거스름돈·용돈을 모아 통장이 발갛게 물들어 갈 즈음 둘째 아이를 낳았다.
출생 7일만에 통장 하나를 더 만들고 1km나 되는 시골길을 즐거운 기분으로 다니면서 우리아가가 중학교에 입학할때면 입학금과 책값은 되겠지하며, 두개의 통장을 장롱속에 깊숙이 넣어두고 세월의 흐름이 늦다고 생각했다.
14년의 해가 바뀌고 큰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만기 지급 신청을 했더니 농협으로 이관되었단다. 농협에 통장을 내미니 2만원을 주는 것이 아닌가? 나머지는 어떻게 퇸거냐고 하니까 농협직원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4만3천5백72원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2년이 홀렀다. 그 사이 우리는 서울로 이사를 왔고 둘째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제 언니의 것도 알아볼 겸 농협중앙회에 문의하니 이자 지급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신문에 공고된 적이 있다고 했다. 그것도 농협으로 이관되기 이전에 말이다. 알쏭달쏭한 체신 보험의 두 통장이 16년의 세월속에 제가치를 잃고 그나마 반액도 안되는 할인액수로 입학금도 못되다니….
지금도 닳고닳은 노란안내서를 들여다보면 4만3천5백72원인데 2만7백원정도밖에 줄 수 없다니. 게다가 신청한지 1개월이 지나도록 돈은 손에 잡히지 않으니 입학금·책값의 용도에도 가능하지 않고 입학기념으로 아이가 가지고 싶어하는 물건이나 사주어야겠다.
계약불이행의 책임없는 체신부 처사나 입학금에 다소 보탬이 되게 신속하게 처리해주지 않는 농협이나 모두 우리 서민층에게 실망의 대상이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현진(서울 성동구 위봉동 228의 25 2통1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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