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세금의 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성실납세 풍토조성은 납세자만이 해야할 일은 아닐 것이다.
징세자도 성의 있게 착오 없는 과세를 함으로써 성실 납세를 유도할 책임이 있다.
국세청이 합리세정을 표어로 내걸고 근거과세에 노력하는 것도 바로 그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세정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과세상의 문제점은 아직도 남아있으며 과오납의 발생빈도도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 저간의 실정이다.
89년 중 국제심판소가 접수한 조세이의 신청은 1천5백56건이며 금액으로는 2백79억1천7백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국세심판소는 1천6백64건을 처리하여 약40%인 7백79건, 1백24억2천2백만원을 부과 잘못으로 인정하고 시정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당 부과의 용인비율은 78년의 51% 보다 감소된 것이긴 하나 부당 과세가 반드시 감소한 반증이라고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심판소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억울한 과세를 감수하는 경우와 시정을 요구할 제도적 장치도 없는 지방세의 과오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세금에 대한 이의가 많은 원인을 구명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진지한 징세 기법의 개발이 중요한 조세정책이 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부당 과세의 소지는 세법이 복잡하여 그 해석에 오해가 생기기 쉽다는 점과 부가세제가 정착되지 못하고 인정과세와 병존함으로써 징세와 담세 측간에 견해 차이가 벌어진다는데 있는 것 같다.
다음으로는 조세기술의 미숙이나 불성실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선부과 후 이의 처리식, 혹은 부과가 잘못돼도 그것을 바로잡지 않고 반복해서 고지서를 발부하는 안이한 징세방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국세심판소에 들어온 이의 청구세목이 양도소득세,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의 순이며 유형별로는 실사조사 소홀, 실사요구. 법령해석 착오, 세목 적용 잘못의 순서라는 데서 잘 반영되고 있다.
가장 이의가 많은 양도소득세는 정부당국이 책정한 시가표준액과 실거래가와의 차이를 놓고 분쟁이 일어나는 사례가 흔하다. 그래서 담세자는 인정과세라고 반발하게 된다.
또 종합소득세는 신고처리 절차의 번잡성으로 본의 아닌 세금 탈루를 하게되며 부가세나 법인세는 실사결여로 인한 대립이 일게 된다.
이유야 어디 있건 빈번한 조세마찰은 징세자와 납세자 사이의 상호불신을 낳아, 납세풍토 개선을 갈수록 어렵게 한다.
그리고 종국적으로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을 유발할 위험마저 있다.
세정당국으로서도 세수확대에 따른 업무량의 폭주, 과세 자료의 과학적 관리를 위한「컴퓨터」화의 일전, 고의적인 탈세를 색출해야 할 임무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단 한번의 부당한 과세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조세행정의 본령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조세는『정부가 제공하는「서비스」라는 재를 살매 국민이 지불하는 가격이다』라는 정의도 있다는 것을 새삼 강조해 두고자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