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자유와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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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월7일은「신문의 날」이다. 신문계는 이날을 맞아 올해 언론이 자기 할 바로「신문의 자유와 책임」이란 표어를 내걸었다.
진행중인 개헌논의에 있어서도 언론의 자유를 보다 완벽하게 보장해야 한다는데 이론이 없고 언론의 자유를 반드시 지켜야겠다는 언론종사자들의 각오 또한 비상한 만큼 이제 80년대의 우리 언론은 어느 때보다 밝은 전도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유에 대한 전망이 이처럼 선명한 만큼 그에 따른 무거운 책임감을 의식하는 것도 당연하고 표어에서 자유와 함께 책임을 내세운 것도 이와 같은 까닭에서이다. 사실 얼마만큼 책임을 지느냐에 따라 누릴 수 있는 자유의 폭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신문의 자유나 책임이 말이나 구호로써 보장되거나 수행될 수 없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안다. 지금까지도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논한 수많은 글이 나왔고 해마다 신문주문이면 표어를 내걸었지만 글이나 표어대로 우리 언론이 실천하지 못했던 것은 부인할 길이 없다.
그것이 비록 외부의 압력과 시대적 여건의 탓이라고 하지만 역시 언론 종사자들의 용기와 지혜의 부족, 현실안주, 추종적 자세의 습성화, 직업의식의 빈곤, 언론내부의 구조적 결함 등이 더 큰 원인이었음을 솔직히 시인해야겠다.
신문 종사자들이 오늘날 제기되고 있는 신문비판을 따갑게 들으면서 자괴해 마지않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제 와서 과거 언론에 대한 외부의 관여가 얼마나 교묘했고 그 위협이 얼마나 무서웠던가를 말할 필요는 없겠기 때문이다.
확실히 지난 세월 우리 언론은 할 바를 다 못했고 안일한 경향으로 흘렸던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언론계도 오늘날 민주화로 가는 과정에서 각계가 겪고 있는 진통을 피할 수 없지 않나 생각되고, 어쩌면 그래야만 구각을 탈피할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10·26이후 언론만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식자들의 지적을 가슴깊이 새겨들어야 함을 안다.
생각해보면 지난날 우리 사회에서는 마땅히 거론돼야 할 진보 자체는 그냥 둔 채 언론이 이를 보도만 않으면 해결되는 것인양 착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신문이 진실을 보도함으로써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고 그 보도를 막음으로써, 즉 국민이 모르게 함으로써 있는 문제를 없는 것으로 만들려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신문에 안난다고「진실」자체가 없어지는 것인가.
이 같은 비리가 민주화를 지향하는 80연대에는 되풀이 될리가 없겠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와 같은 사고방식이 잔존함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을 왜곡시키려는 외부의 영향에 저항, 본령을 수호하는 일 외에도 언론종사자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사회 각 분야의 규모가 모두 몇 배로 커지고 세계는 더욱 국제화의 시대로 가는 터에 주48면의 고정된 지면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독자에 대해 신문이 취할 자세가 아니라는 점이나, 고정관념에서 탈피 못한 지면 제작의 문제점이나 정보의 입수, 처리과정의 낙후성 등 언론이 안고있는 과제는 많다.
80년대의 첫「신문의 날」을 맞아 자유를 확보하고 책임을 다하는데 성과 열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결의하면서 우리 언론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도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해결, 개선해 나갈 것임을 굳게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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