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적 이론에 불과"…업계선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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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일 밤의「KDI·학계·기업계·언론계 합동 경제정책 토론회」는 참석자 20여명 전원이 모두 의견을 개진한 후 난상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원칙과 현실문제를 놓고 무려 4시간30분 동안 열띤 공방전을 벌였다.
박은재씨(미주산업 대표)는『미국의 교과서적 경제학자 여러분들은 떠들고 가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생존의 문제』라며『껌 장사라도 해봐야 꿈을 깨지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있다』고 했다. 이익진씨(무협 부회장)는『비닐·하우스」에서 뜨끈뜨끈하게 난로를 피워주다 엄동설한에 하루아침에「비닐」을 모두 벗기면 어떻하느냐?』는 등 업계는 KDI측에 집중포화를 가했다.
반격에 나선 KDI측은『업계가 KDI를 파고로 모는데 여건과 시기는 바뀌어도 원리가 바뀌는 일은 없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교과서 신봉자가 많아야 한다』고 했다(사공일 박사). 김만제 원장은『내가 금융 통화 위원을 해보니 은행이 10여억원 짜리 담보밖에 없는 기업에 무려 2백여억원씩 부실 대출하고도 목이 잘릴까봐 전전긍긍하는 것이 현실』 이라며 업계의 지나친 의욕을 비판.
임익순(연대)·박진근(연대)교수 등 학계에서는『정부는 과대선전을, 업계는 엄살을 떠는 감이 있으며』 윤계섭 교수는『사회과학은 가치관·이념·철학 등에서 자연과학과는 달리 만국공통의「모델」이 없는게「딜레머」』라고 했다.
한편 학계출신(서울대)이며 현재 전문 경영인으로 있는 나웅배씨(한국「타이어」대표) 는 『학계에 있을 때는 KDI이론과 같은 생각을 했으나 업계에 나오니 어려운 점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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