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보상금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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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법무부는 오는 정기국회에서 형사보상법을 개정하여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형사피고인에게만 지급하던 형사보상금을 내년부터는 검찰에서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형사피의자에게도 지급할 방침이라고 한다.
아울러 법무부는 현재 일당 8백∼1천2백원인 보상금액도 1천5백∼3천원까지 인상하여 역시 내년부터 실시키로 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민주헌법을 마련하기 위해 광범히 개진된 각계의 의견이 한결같이 지적한 점의 하나가 바로 무고한 형사 피의자의 형사보상 청구권 보장이었다.
현행 형사 보상법이 유독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형사 피고인에 대한 보상금 지급만 규정하고 검찰에서 무혐의로 풀려난 사람들의 억울한 사정을 외면했던 것은 모순이요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있어온 것이다.
이 점에 대한 각계의 지적이 비등하던 차에 법무부가 이 같은 방침을 세운 것은 만시지탄은 있지만 다행이라 생각된다.
국가형벌권의 적정하지 못한 행사로 인한 시민의 정신적·재산적 피해를 국가가 보상함에 있어 피고인과 피의자를 차별대우할 아무런 타당성도 없기 때문이다.
형사보상의 범위를 이처럼 확대하는 것은 부당한 재산적 손해에 대한보상의 성격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의 성격 외에도 무혐의로 석방된 시민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요 나아가 인권 침해의 말썽이 잦은 강제수사에도 어느 정도 견제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과소 평가될 수 없다. 무고한 피의자에 대한보상제도가 수사과정에 있어 그만큼 인신 구속에 신중을 기하게 할 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무고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보상금액의 인상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지난 75년에 책정된8백∼1천2백원의 보상액 기준은 그 동안의 물가상승 또는 임금상승의 폭을 생각할 때 너무나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이를 약1백% 올려 1천5백∼3천원으로 한다는 방침이지만 법무부의 이 인상액 역시 여전히 충분하다고는 볼 수 없다. 올해 정부의 노임 단가가 보통 인부의 경우 1일 3천6백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자명하다.
형사보상액의 기준도 상한과 하한의 폭을 보다 넓혀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직업·능력 따 위가 보상액에 충분히 고려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한보상액 1천5백원이 타당성을 가질 여지가 전혀 없진 않다고 보더라도 1일 상한 3천원을 훨씬 초과하여 보상함이 적절한 경우는 수없이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상한을 훨씬 더 높여 상·하한의 폭을 크게 확대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 주기 바란다.
통계를 보면 연간 무죄로 확정되는 약7백명 중 형사보상금을 타 가는 사람은 고작 1백여명 정도이며, 그 액수는 평균 23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이를 보더라도 보상액의 현실화 필요성은 명백하다.
끝으로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처럼 좋은 일을 굳이 내년까지 미룰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의 새 방침에 누구도 별 이견이 없을 것 같고 당장 여러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분명한 만큼 임시국회에라도 개정안을 제출하여 빠른 실시를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번 이 문제 외에도 형소법 개정 등 국민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좋은 방안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보며 그것은 새 헌법의 확정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법무 당국이 하기에 마라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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