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신·구주류 갈등 확산… '北送 특검' 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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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은 1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대북(對北) 비밀송금 특검법 개정에 소극적인 한나라당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했던 것과는 반대였다. 의총에서 신.구 주류의 감정섞인 언쟁이 벌어져 적전(敵前)분열 양상만 노출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개정 협상에 소극적인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되기를 바란 것인데, 도리어 역효과만 났다.

지난달 14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특검법 공포 직전 한나라당과의 협상을 마무리한 신주류의 이상수(李相洙)사무총장은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려고 하자 한나라당은 법 개정을 약속해놓고 이제 와선 '아쉬울 게 없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런 태도는 신뢰와 상생(相生)의 정치를 깨는 것이므로 국민의 힘으로 압박해 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재(金景梓)의원은 "대통령의 상생의 정치를 한나라당은 정치공작으로 응수한다"고 했고, 장영달(張永達) 의원도 "한나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주류는 오히려 신주류를 의심했다. 유용태(劉容泰)의원은 "한나라당이 오리발을 내미는 것인지, (한나라당 주장처럼) 약속이 없었던 것인지 분명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는 "이 문제로 의총을 여는 것 자체가 우리의 정치 미숙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우리 당이 춘추전국.군웅할거하는데 의총을 1천번 열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힐난했다.

그는 "한나라당 입장에선 '합의된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게 돼있다"면서 "합의한 사람이 협상을 하라"며 신주류를 겨냥했다. 여기에 이훈평(李訓平).조재환(趙在煥)의원 등도 "맞는 얘기"라며 동조했다.

李총장은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총장과의 협상과정을 설명한 뒤 "저쪽에서 볼 때 합의된 바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 입장에선 '거의 합의해 놓고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의총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이런 분위기는 여야 총무 및 국회 법사위 간사 연석회담에 곧바로 영향을 줬다. 민주당의 속사정을 훤히 알게 된 한나라당은 여유를 부렸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는 "여야 총장이 문건으로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법을 바꾸기로 한 것은 맞지 않느냐"고 했지만,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우리 당 총장이 '협의는 있었지만 합의는 없었다'고 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여 협상은 결렬됐다.

이에 따라 북한과 관련된 대목은 비공개로 수사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특검법 개정이 특검 활동 개시일(17일) 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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