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 대한 자부심 대단|불에 다녀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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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금년에 처음 실시된 「유네스코」의 「한·불대학생 교류계획」에 따라 지난달 2주간에 걸쳐 다른 대학생 18명과 함께「프랑스」를 다녀왔다. 우리는 예정에 따라 각기 분산되어 민박했는데, 비록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그네들의 생활과 문화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서 특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대학생들의 학교생활이었다.
「파리」대학생들의 진지한 독서모습과 열띤 토론장면, 그리고 사색적 발걸음을 보고, 또「프랑스」의 천재들을 키운다는「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마주친 닳아빠진 청바지 위에 새빨간 목도리를 두른 바로 그 학교 학생의 번쩍이는 눈초리에서 일찍부터 세계무대를 향했던 그들의 의지와 정열과 노력을 잃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 빛나는 눈초리 위를 스쳐가는 여유있는 미소는 자신있게 열린 마음을 표현해 주고 있었다.
「노르망디」의 전통과「잔·다르크」의 화형장소로 유명한 「루앙」 지방에서는 뜻밖에 한 의사집에 초대되었다.
「그랑자크」라 불리는 그 의사는 훌륭한 저녁식사를 대접한 후 늦은 밤이건만 기꺼이 자동차를 몰아「루앙」시의 유적지를 하나하나 돌면서 설명해 주었는데, 그런 그의 태도는 자신의 고향에 대한 무한한 애착과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말해 주었다.
또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배워 알고 있는「프랑스」역사에 대한 나의 지식은 그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가 한국을 거의 모르는데 반해 한국의 한 여학생이「프랑스」를 알고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을것이다.
우리가 이처럼 그들을 먼저 알고 그것을 더욱 확대시켜 전 세계를 향해 이를 가속화시키면 우리의 영광된 미래를 예견하기가 결코 어렵지 않을것임을 절감했다. 그러나 그것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우리들의 잠재력이 있는가가 문제다.
「프랑스」인들은 한국의 위치와 한국의 중요자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들을 내게 던졌다. 그들에게 한국의 지리적 상황, 대륙끝에 달라붙어 3면이 바다요, 나머지면은 중공·「러시아」에 접해 있어 지정학적으로 불리하고 본시농업국으로 자원마저 풍부하지 않다고 했을 때 그들의 표정은 안타까움 그것이었다. 그렇다고 동정어린 시선만 받고 있을 것인가?
우리가 미래를 향해 생존할 수 있는 잠재력이란 바로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다.
어떻게? 그것은 세계로의 눈을 키워 어느 곳, 어느 상황에서도 적응하고 떳떳이 살 수 있는 우수한 한국인을 키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자신만만한, 또 의당 그럴만한「프랑스」문화속에서 깨달은 것은 우리네 젊은이들이 건전한 방향으로 현재보다 훨씬 더욱더 발랄하고 폭넓게 세계를 이해하고자 애써야한다는 점이다. 또 우리도 세계무대에서 결코 뒤떨어질 수 없는 우수한 자질을 지니고 있다는 확신을 스스로의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눈초리에서 얻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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