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공간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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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자연공원으로 만들자』는 캠페인을 건축전문지 공문이 이 3월에 시작했다.
지난 30년간 사람의 발길이 없이 고스란히 커온 세계에 유례없는 특수지대 DMZ를 남북한 공동으로 가꾸어 가깝게는 통일작업의 하나로 삼고 나아가 국제적인 의원으로 이끌어 보자는 계획이다.
5·16이 나던 해 건축가 김수근씨가 잠깐 한국의 미래상 전시회에 설계를 냈었는데 19년만에 그의 공간잡지에 소흥렬씨의 제안으로 새봄가 함께 다시 등장한 셈이다.
이를 문화계한족의 의미있는 움직임으로 평가하려는 사람이 많다.
새봄과 함께 문화계도 천천히 어떤 일을 펴는 하나의 새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공간잡지 하나의 캠페인이라기보다는 요즘 공간건물을 오르내리는 여러 분야 사람들의 의견모음일 것이고, 여기에 모이는 사람들이란 바로 한국문화계의 뚜렷한 얼굴들이기 때문이다. 공간의 분위기를 함께 가름해 낸다면 더욱 그렇다.
코피 한잔 마시는데도 멤버십이 있어야하는 가고 3년전 문을 열때만 해도 여러 사람이 당황하고 야릇해 했던 서울 비원 옆 공간건물 구내 휴게실은 요즘 그 좁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여기가 20∼30년전의 명동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많이 주는 곳이 됐다.
여기만 오면 알만한 사람은 으례 만날 수 있다. 뜻이 맞는 누군가가 앉아있을 것이다-라면서 찾아드는 사람들이 지난3년 동안 거의 회원처럼 어떤 덩이를 이루고 있다시피 된 것이다.
집주인 김수근씨가 『예를 위해 꼬이는 곳』이라고 표현하듯 특히 문화예술분야의 얼굴들이다.
피아니스트 신수정씨에서부터 작곡가 황병익 강석희 백병동씨, 평론가 이강숙씨 등 음악계이 중견들, 박고석 변종하 박사보 김구림 윤명로씨 등 화가와 박용숙 이경서 이종복 이귀렬씨 등 미술평론가들, 오태석 이호재 김정옥씨 등 연극인들, 그리고 최순우(국립박물관장) 예용해(문화재위원), 홍종인(언론인)씨 등 박물관사람들, 정병호 심우성씨 등 민속연구가들, 곳곳의 인사들이 거의 매일 둥근 테이블 4개짜리 이 휴게실에 들른다. 춤 잡지대표 조동화씨와 꼭두놀음패 이경의 여사도 항상 코피 잔을 앞에 놓고 있다.
10년전에 세워진 공간 건물은 77년 신관을 짓고부터 화랑과 극장을 갖춰 매일같이 행사를 하는 곳이 됐고 입구의 직원들 휴게소가 이들 때문에 자연 여기에 관계되는 사람들의 모임장소가 된 셈이다.
직원들것으로 만들어 냈던 코피·티킷이 차차 연줄 연줄의 아는 사람들끼리 통하게 됐다.
돈 내고 코피를 마실 수 없어 모르는 사람들에겐 반감도 곧잘 오지만 그러나 어쩌면 이것 때문에 음악회와 전람회와 강연회에 다니는 사람들을 꾀게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문학·예술인들의 보호구역처럼 됐다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다.
공간 사랑하면 병신춤의 공옥진씨나 승무의 이매방씨가 새롭게 평가됐고 굿거리를 예술로 무대에 올려놓은 것으로 해서 특히 전통예술·민속의 눈돌림을 손꼽아 든다. 길실륜의 재즈·페스티벌이나 실험무용 콘서트 같은 대담한 시도도 예의 장으로 큰 구실을 했다.
코피·숍에 앉은 사람들은 이곳이 『지난30년간 줄달음쳐온 신문화에의 비판이 싹튼 곳』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전통을 살리고 현대적인 것을 놓치지 말자』는 뜻을 이곳 관계자들은 내세운다.
그러나 무엇보다 총건평4백50평의 이 하나의 건물이 창작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데에 서로 만족해한다.
뜻을 맞추어 보고 새로운 길을 열어보는 장을, 비록 일부분이지만 요즘 문화계 사람들의 공간임엔 틀림없다.
DMZ자연공원 캠페인은 『이제 평화로운 통일을 향해 문화계로서 진지한눈돌림을 할 매』라는 이들의 첫 의견.
『누구나가 아주 자유롭게 많은 말들을 해주고 얼마든지 많은 꿈을 펴주기를 희망한다』 는 이 캠페인의 제안설명은 바로 여러 분야, 여러 계층을 향한 소리로 들린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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