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누비는 개들 어린이에겐 맹수|방견에 희생된 어린이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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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개들이 마구 거리를 쏘다니고 있다. 날씨가 풀린 데다 마음마저 느슨해져 당국이나 주인이 개 단속을 안해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개들이 많다. 피해자는 거의 어린이들이다.
봄철을 맞아 겨울동안 집안에 갇혀있던 어린이들이 집밖으로 놀러 나오는 일이 많아 풀어놓은 개에 의한 참변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졌다.
당국의 사고방지를 위안 근본대책과 부모·개주인들의 세심한 배려가 어느 때보다도 아쉽다.
풀어놓은 개에 물려 숨지거나 다친 사고는 숱하다.
지난달 27일 대구시에서 3살난 여자어린이가 자기 집에서 기르던 생후 l5개월짜리 「도사」견에 물려 숨지는 참극이 일어났다.
서울시내에만 사육견이 20여만 마리(79년말 조사)나 되며 전국의 맹견만도 l만여 마리가 넘는다. 개들을 마구 풀어놓아 사고가 나지만 사나운 개를 입마개 없이 길이나 공원 등으로 끌고 나가 일어나는 인명피해도 적지 않다.
방견(방견)으로 빚어지는 인명사고는 날씨가 풀리는 1월부터 5월 사이가 전체의 80%이상이 된다.
맹견에 물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광견병균을 가진 개에 물리는 것.
우리 나라의 경우 광견병균을 가진 개가 연평균 30∼40마리 발견되고 있다. 이들 개에 물리면 1주∼3년 사이에 발병한다.
광견병은 일단 발병하면 치료가 불가능 해 2주일 안에 숨지게 된다.
「개에 물렸을 경우 광견병예방접종여부를 확인한 뒤 접종 안했으면 즉각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제일동물병원장 조병하씨(서울 필동1가9)가 말했다.
조씨는 광견병을 예방하려면 생후4개월 이상 된 모든 개에 연2회씩 예방접종을 실시해야한다고 했다.
시민들은 봄·가을 두 차례에 걸쳐 며칠씩 방견 단속을 하는데 그치지 말고 구미 여러 나라처럼 광견 및 방견 단속을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할 것을 바라고 있다.
개전문가들에 따르면 개를 기르는 사람은 무엇보다 먼저 『사람은 개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개에 가르쳐야 한다. 개는 사람이 자신을 해칠 것을 겁내 물게 되기 때문.
또 평소에는 개집 안에 가두거나 튼튼한 줄로 묶어놓고 밖으로 끌고 나갈 때는 반드시 「마스크」(망)를 씌워야 한다.
지난 1월22일 「마스크」를 씌우지 않은채 집앞 골목길에 개를 풀어놓았던 김춘자씨(35·가정주부·서울 연백1동665)가 구청의 방견 단속반에 적발돼 즉심에 넘겨져 과료 4천원을 물었다.
어린 자녀들이 개에 물리지 않도록 부모들이 평소 철저하게 교육시키는 것도 방견에 의한 사고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개에 물리지 않으려면 ▲개가 밥을 먹거나 새끼와 함께 있을 때는 접근하지 말고 ▲개가 물려고 들 때 겁을 먹고 달아나는 대신 돌 등 무기를 들고 공격자세를 취하며 ▲무기가 없을 때는 두 눈을 부릅뜨고 두 팔을 벌려 개의 눈에 사람이 더 크게 보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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