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우수이어 경칩 날 또 만났군요" 남|"대화도 점차 따뜻하게 풀리겠지요" 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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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남북대표가 우리측「자유의 집」에서 마주 앉은 것은 만5년만의 일.
지난 75년 3윌 14일 제10차 남북조절위원장회의가 있은 이후 처음으로 4일 상오 우리측 경비구역에 있는 「자유의 집」에서 대좌한 남북실무대표들은 남북총리회담 실현을 위한 세 번째 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16분간 인사를 주고받았다. 2층 회담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측 대표는 「자유의 집」아래층 계단까지 내려가 북한대표들을 영접했다.
다음은 양측 대표의 대화내용.
▲김영주 수석대표=내일이 경칩인데 우리가 입춘과 우수에 만났고 또 경칩에 만나게 됐으니 절기를 타고 만나도록 날짜가 정해졌군요.
▲현준극=추운 절기에서부터 따뜻한 절기를 따라 만나게 되니 우리대화도 점차 따뜻하게 풀려야겠지요.
▲임춘길=농민보다 먼저 씨를 뿌린 우리 대표들이 자칫하면 뒤질지 모르겠군요.
▲정종식=며칠 전 기상학 학자인 해외동포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회담 시작 때마다 먼저 절기얘기와 농사문제를 주고받는걸 보니 남북기상학자가 모이면 얘기가 잘 될 것 같으니 주선 좀 해달라고 했더군요.
▲임춘길=회담을 시작 할 때에는 첫 번째 회의에서는 제안을 하고 두 번째 회의에서는 합의를 보고 세 번째 회의에서는 마무리를 지어 축배를 들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군요.
○… 「자유의 집」에 마련된 20평쯤의 회담장은 노란색 「카핏」을 새로 깔고「베이지」색 「커튼」을 둘러치고 화분을 놓아 포근하고 안온한 분위기를 이루었다.
제2차 실무접촉이 열렸던 판문점 회담장과 같이 남북대표단 6명 앞에 탁자6개를 각각 놓았고 대표단간의 거리도 4m쯤 떨어져 있었다.
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우리측에서 국내기자 55명과 외신기자 22명이, 북측에서 북한기자를 비롯한 소련·중공기자 50여명 등 모두 1백30여명의 내외기자들이 취재를 했고 1,2차 예비접촉 때와는 달리 北측 기자들은 수첩에 열심히「메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측은 경비구역에 세워진 공동기자실과 부근잔디밭에 「칵테일· 파티」를 위해 「사이다」·「콜라」등 음료수와 맥주·포도주·「위스키」등 갖가지 주류를 준비해 놨다.
그러나 북측기자들은 함께 들자는 우리기자들의 권유에도 술과 안주를 드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며 술잔이나 안주를 드는 기자들도 입에 대는 둥 마는 둥하고 자리를 피했다.
상오10시 25분부터 남북실무대표접촉 비공개로 들어가자 북한측 기자 7,8명을 비롯, 소련의 「프라우다」지 평양특파원, 중공의 민일보·.신화통신 평양특파원 등 10명이 판문점 안 남쪽기자실에 들러 우리기자들과 외국특파원들과 환담했다.
중공기자 3명은 기자실「소파」에 앉아 우리말로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신화사통신의 한 평양특파원은 『2, 3년 전에 평양에 왔다』면서 『신문기자는 조용하게 쉬는 시간이 많으면 곤란하지 않느냐』라고 특파원 생활의 분주함을 강조했다.
「프라우다」지 특파원은 주로 「스웨덴」 등 중립국에서 온 특파원들과 대화를 주고받았으나 인민복위에「바바리·코트」를 입은 중공특파원들은 비교적 대화하기를 꺼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우리기자들과 얘기를 주고받았다.
中共특파원들은 『평양에서「아파트」에 살고 있다』 면서 우리기자들에게 김재규의 재판결과 등 우리사회의 동정에 관해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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