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승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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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달 26일 실시된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는 민주당의 「카터」대통령과 공화당의 「리건」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이번 예비선거에는 『제3의 승자』가 있었다.
미국의 CBS-TV였다.
CBS는 이날 단하루의 보도를 위해 4년전부터 「호텔」예약을 시작하는 등 20만「달러」q의 경비를 투입했다.
취재본부로 결정된 「쉐라튼·호텔」에는 임시「스튜디오」가 설치되고 1백20명의 선거취재「팀」을 위해 5백대의 전화를 가설했다.
취재본부는 통화를 원하는 사람이 어느 곳에 있든 단 몇 초만에 그와 연락을 취할 수가 있었다.
CBS기자들은 아마도 지구상에 이 전화로 통화가 안되는 사람은 「이란」의「호메이니」뿐일 것이라고 자랑했다.
투표당일 25개 투표소에 배치된 기자들은 몇 시간 내에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3천명의 유권자와 「인터뷰」를 실시해 그 결과를 즉각 본부에 전달함으로써 각 후보의 예상 득표율을 적중시켰다. CBS가 개표직전에 보도한 예상득표율의 오차는 0·5%에 불과했다.
이날 하오 6시30분 CBS의 간판「앵커맨」 「월터·크론카이트」가 첫「뉴스」를 시작했다. 투표마감 시간이 아직도 30분이나 남아 있었으나 CBS는 자체조사 결과를 30분마다 보도했다. 시간이 갈수록 개표결과에 접근했음은 물론이다.
밤11시 「뉴스」엔 각 후보들을 모두 TV에 등장시켜 개표결과에 대한 각자의 논펑을 방영했다.
공화당승자인 「리건」의 경우엔 생방송을 하면서 사전에 『2분간』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신바람이 난「리건」은 2분이 지나서도 승리의 방송을 계속하려 했지만 사회를 보던 「크론카이트」는 이를 과감하게 「커트」해 버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러한 CBS보도태도를 격찬했다.
한때 예비 선거때마다 예상득표에 대한 여론조사가 너무 많아 선거전에 혼란이 온다는 비난도 있었으나 CBS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어느 특정시점의 여론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당연히 국민의 알권리에 속하며 문제는 정확한 여론조사를 위해 얼마나 노력과 정성을 들이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 CBS의 주장이었다.
CBS는 이미 예비선거가 끝난 『파장지역』을 돌면서 오는 84년에 있을 예비선거 취재「팀」을 위한「호텔」예약에 착수했다.
0·5%의 오차나 객관적 보도에 대한 신뢰감이 하루 이틀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김건진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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