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복부인들의 장난으로 부르는 값만 높고 거래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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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입춘·우수를 지나 경칩(3월5일)을 며칠 앞두고 언 땅이 해동되듯 부동산경기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지난해 연초부터 기름 값 파동이다, 긴축이다 해서 크게 움츠러들었던 부동산시세는 10·26사태로 최악의 경지까지 이르렀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환율·금리·서울시청이전 소문이 퍼지면서 다소 꿈틀거리더니 1·12환율인상과 그에 잇따른 공산품 상승 등으로 다시 들먹거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긴 동면을 해온 부동산업자들이 때를 놓칠세라 이를 부채질 하고있고 일부 몰지각한 투기꾼이나 복부인들이 벌써 행동을 시작했다는 소문이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이미 국세청이 올 들어 변칙거래로 재미를 본 투기꾼과 부동산소개업자가 1천1백여 건이나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커다란 자금이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는 걱정스런 상태는 아니며 실수요자들이 이사철을 앞두고 활발히 내 집을 구하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붐」조성기미는 안보여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는 「아파트」시세는 1·12」전과 비교해 대체로 20%정도 값이 오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가일 뿐 꼭 그렇게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반포의 경우 주공 25평 짜리가 종전 2천4백만 원에서 2천6백만 원 정도로 올랐고 구반포 42평형은 3천5백만∼3천7백만 원에서 4천2백만∼4천3백만 원, 신 반포 50평형은 4천7백만∼4천8백만 원에서 5천3백∼5천4백만 원으로 올랐다.
서초동 일대의 각「아파트」도 지난해의 평당 80만∼90만원에서 1백만 원 선으로 오르고 어떤 「아파트」는 1백2O만원까지 호가하는 것도 있다.
이처럼 「아파」값이 올 들어 오른 데 대해 소개업자들은 「1·12」때 약 절반, 기름 값을 올린 「1·29」때 절반쯤 올랐다고 말하고 있다. 값이 오른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히 무슨 「붐」때문이 아니고 단순한 경제조치의 영향으로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즉 전반적인 「인플레」와 자재 값 인상으로 집 값도 「자연뽕」으로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풀이다.
그러나 실제 거래되는 것은 대체로 작은 평수들이며 요즘 들어서는 거래도 별로 없는 편이다.
이밖에 전세 값도 대체로 20%정도 오른편이며 서울 변두리의 땅 값이나 단독주택 값도 약20%정도의 오른 값을 부르고 있다. 그러나 단독주택이나 대지도 특별히 거래가 활발한 곳은 없어「붐」조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단지 실수요자들의 거래에 그치고있다.
「프리미엄」만 붙여놓고
서울시청이 옮겨 앉을 서초동과 복부인 상륙설이 파다했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역시 투기꾼이 지나간 흔적이 역력하다.
서초동의 한 복덕방주인은 『시청예정부지 부근의 땅으로 최근에 거래된 것은 한 건도 없다고 보장한다』고 말할 정도로 거래가 죽었다. 거래될 것은 지난해 말 거의 다 거래되고 올 들어「1·12」후 다시 값이 뛰면서 약간 오간 뒤 2월12일 시청이전 발표 후는 황량한 벌판이 됐다는 것이다.
검찰·국세청 암행 설이 나돌아 꾼 들은 얼씬도 않고 멋모르고 실수요자들이 들렀다가「평당 2백만 원, 3백만 원」소리를 듣고는 발길을 돌린다는 것이다.
은마「아파트」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시세가 분양가(31평 2천92만원, 34평 2천3백39만원)를 밑돌았다. 그러다가「1·12」후 조금 나아지고 이어 복부인들이 출동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값이 뛰기 시작, 지금은 두 가지 형 모두 4백만∼6백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러면서 거래가 거의 없어 역시 투기의 장난임을 증명하고 있다.
반상회 열고 투기를 조장
「아파트」값이 안정되지 못하고 또다시 들먹이는데 대해 투기꾼 장난뿐 아니라 「아파트」회사와 입주자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아파트」분양 값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76만원선 이었으나 올해 들어 85만∼86만원 선에 이르고 지난번 H사의 경우 17평형이 1천5백12만2천 원으로 평당 88만9천 원을 기록했다. 이쯤 되면 이런「아파트」에 당첨된 사람은 얼마간의「프리미엄」을 붙여 평당 1백만 원 이상을 호가하고 따라서 기존 「아파트」입주 자들도 『우리「아파트」값은 최소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고 스스로 비싼 값을 매기는 것이다. 또 최근 이름 깨나 있다고 하는「아파트」에서는 반상회 날 극성부인들이 회의를 한답시고 둘러앉아 『우리「아파트」는 얼마 이하로는 팔지 말자』고 「아파트」값 올리기 작전을 하고있다. 이 같은 행위야말로 투기조장이나 복부인보다 나을 바 없다고 보겠다.
봄이 되면 물량공세 펼 듯
이처럼「아파트」나 단독주택·대지 값 등이 연말과 비교해 20%정도 오른 것이 사실이나 앞으로도 계속 올라 3∼4월에「붐」을 이룰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오른 것은 내리지 않겠지만 당분간은 이 선에서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다.
그것은 이미 이번에 오른 20%선이 경기의 상한선이고 이보다 더 오를 경우 요즘 같은 불황에서 그나마 거래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또 봄이 되면서 각「아파트」회사들이 물량공세를 펼 것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당국의 잇단 긴축정책·투기규제로 「붐」이 제대로 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대제도 확대 바람직
이처럼 말썽 많은 주택문제에 대해 일부 주택전문가들은 정부가 「아파」임대제도를 크게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즉 정부가「아파트」임대관리공사 같은 것을 세워 「아파트」회사에 임대전용「아파트」를 짓도록 하고 상속세·증여세·양도소득세 등을 감면해「인센티브」를 준다면 주택 부족률이 크게 개선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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