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게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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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격적인 미국대통령 선거철을 맞아 「카터」행정부내의「윌리엄·밀러」재무장관이 거액의 뇌물 「스캔들」에 관련됐다해서 말썽이 꼬리를 물고있다.,
「워터게이트」사건이후 크고 작은「스캔들」은 모두「게이튼 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미국언론들은 이미 이 사건을「밀러게이트」라고 명명했다.
이번 사건은 뇌물액수가 6백만 「달러」(36억원)가 넘는데다가 「카터」대통령취임 후 각료급으로는「버트·랜스」예산국장 금융부정사건 후 2번째, 행정부 고위관리 「스캔들」로는 「카터」대통령자신의 땅콩농장 부정대출사건과 백악관참모장 「해밀턴·조던」의 「스캔들」이후 4번째가 된다.
사건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 1월31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텍스트론」이라는 회사의 부정사건을 사직당국에 고발한데서 비롯됐다.
군수품을 제조, 판매하는「텍스트론」 회사는 「밀러」가 22년 간이나 몸담아왔던 회사다.
SEC의 고발장에 의하면▲「밀러」는 「텍스트론」회사의 사장과 회장을 맡고있던 68~78년 사이에 60만「달러」의 뇌물을 미국방생관리들에게 제공했고▲같은 기간동안 최소한 10개국의 외국 고위관리들에게 군수품판매 알선댓가로 5백40만 「달러」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텍스트론」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나라는 「이란」「멕시코」「인도네시아」 「도미니카」「가나」「아랍」토후국연방 「스리랑카」「모로코」「이라크」「콜롬비아」 등으로 알려졌다.
연간판매고⑾억∼⑾억「달러」를 올리는 이 회사는 「스위슨 와 「룩셈부르큰 에 비밀구좌를 열어놓고 외국의「바이어」 들에게 「접대비」조의「커 미션」을 주기적으로 제공해왔음이 드러났다.
미 상원 금융위원회는 즉각 특별 청문회를 열고 「밀러」의 증언을 청취하는 한편 사건조사를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을 요구, 이 사건은 급기야 정치문제로 비화됐다.
그러나 「시빌레티」법무장관은 『그 당시는 외국관리에게「커 미션」을 제공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었다』면서 특별검사의 임명을 거부했다.
그러나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밀러」재무장관은『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던 당초의 태도에서 크게 후퇴, 『그런 일이 있었다면 자체조사를 실시했어야 하는데 내 노력이 부족했다』고 얼버무렸다.
문제의 「텍스트론」회사도 일부 유죄를 인정하고 뒤늦게 보완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 다.
흥미로운 것은 「카터」 대통령의 태도다.
「카터」는 지난번 「랜스」예산국장사건 때는 그를 끝까지 변호했고 「랜스」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사임한 후에도『나는 그런 친구를 가진 것 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까지 공언했었다.
「해밀턴·조던」「스캔들」에 대해서도 「카터」는 계속 두둔하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밀러」 사건에 관해 선 「카터」는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카터」의 몸조심은 선거전이 한참 가열되는 이때 불법행위를 잘못 두둔했다가는 그가 입을 정치적 손실이 너무 클 것 을 우려하고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사건의 곁말은 좀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밀러게이트」가 재선을 노리는 「카터」에게 주는 정치적 부담감은 예상보다는 훨씬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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