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도 유파몸살|경운기 사라지고 우마차 재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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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물가고를 이기자』-. 환율및 석유류값 인상에 잇달아 무더기로 밀어닥친 인상파고는 농어촌에도 큰타격을 주어 전국곳곳에서 고물가에 대처하는 갖가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름값이 뛰면서 농촌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던 경운기가 거의 서다시피하고 우마차가 등장하는가 하면, 어촌에서는 어선에 돛을 달아 기름값을 절약하는 복고조의「캠페인」이 일고 있다.
또「펌므」강치 간이상수도가 두래박 우물로 바뀌며 연탄아궁이를 재래식으로 개조해 풍구를 돌려 왕겨로 밥을 짓는 옛 풍경도 되살아났다.
일부 농촌에서는 마을단위로「공동장보기」「아궁이 줄이기」운동도 벌어지고 구정 제사상 차리기와 설빔준비도 줄여잡는등 구두쇠 작전이 한창이다.

<발묶인 경운기>
농촌과 인근중소도시에서 연탄·슬·잡화배달에 까지 널리 동원되던 경운기가 줄어들고 조랑말과 수레가 다시 등장했다.
경남 창원군 북면 양촌리 이영찬씨 (45) 등 40가구는 지난달 반상회에서 객토작업물품 운반에 이용하던 경운기대신 손수레·지게 등을 이용, 마을공동작업을 펴기로 하고 경운기 1대당 하루24ℓ씩의 연료비 4천2백96원 (인상전은 2천8백32원)을 절약키로 했다.
경남 진양군 금산리 가방리 남성마을 주민들은 4백ℓ규모의 간이상수도「탱크」에 경운기「모터」를 이용, 식수를 퍼올려 1백여 가구에 공급해왔으나 유가인상 후로는 우물물을 직접 길어다 식수로 쓰고있다.

<풍력발전기>
전남 여천군 삼산면 서도를 비롯한 완도일군혜화도동 낙도에서는 풍력발전기의 발전량이 적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부터 풍력발전기 제작을 중단하고「디젤」발전기를 구입키로 했으나 이번 유가인상후 다시 풍력발전기를 사용키로 합의했다. 이들 2개섬의 움직임에 따라 전남도내 20여개 섬들도 풍력발전기 설치준비를 서두르고있다.

<디딜방아>
떡쌀 한줌이라도 정미소로 들고 달려가던 농민들은 유류값 인상이후 방치해두었던 디딜방아를 수리해서 다시 사용하고 있다.
경북 안동시 성곡동 권모씨(57)는 벼·보리·고추등 농산물을 올 정초부터 디딜방아로 빻기 시작했으며 명절때 떡국도 떡메를 사용, 방앗간 가는 경비를 절약하고 있다.

<어선돛달기>
부산수협산하 어민대표 10명은 지난 6일 모임을 갖고 수협산하1백t미만 어선 4백척에 돛을 달기로 합의했다. 지난 5일 8만원을 들여 돛을 단 상어유망어선 제6진남호 (79t) 의경우 1항차 조업 (15일) 에 10만원씩의 기름값을 절약하고 있다. 이 배는 바람이 불때마다 돛을 올리고「엔진」출력을 낮추어 최고 30%까지 기름을 아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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