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가구 1백53만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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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찰즈·킹즐리」가 1863년에 쓴 소설 『불 어린이』의 주인공 「톰」소년은 난로굴뚝 소제부였다.
영국에서도 그땐 난방을 위한 연료로 나무를 썼었다. 그러자 18세기부터 목재부족이 심각한 문제가 되자 석탄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석탄의 심한 연기를 빼내려면 높은 굴뚝이 필요해졌다. 이래서 19세기부터 가옥구조가 바뀌어지고 또 벽 속에 굴뚝이 들어가 있는 난로가 생기게 됐다.
그러나 굴뚝이 자주 막혔다. 그것을 뚫는데는 좁은 굴뚝 속에 소년들을 기어올라가게 하는게 제일 싸게 먹혔다.
이런 「톰」소년들의 참상을 그려낸 「킹즐리」 소설의 영향으로 다음 해에 「굴뚝 소제부법」이 생기기도 했다.
집집마다 피우는 석탄연기는 또 「런던」의 하늘을 검게 더럽혀 놓았었다.
지금 「런던」시민들은 석탄연기 걱정을 별로 하지 않는다. 일산화탄소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주로 도시「가스」를 쓰기 때문이다.
최근에 밝혀진 바로는 서울과 부산에서 연탄을 쓰는 가정이 95%가 넘는다.
중국에서는 전국시대까지 목탄을 주로 난방에 썼다. 그리고 목탄이 귀해져 후한시대부터는 석탄을 연료로 썼던 것 같다.
우리 나라에서 연탄이 장작에 대신한 것은 6·25 이후부터다. 그러니까 이제 30년의 역사가 된다. 그 동안 해마다 연탄중독으로 1백만 명씩이나 병원신세를 져야했다. 그래도 개량된 것은 별로 없다. 그저 소형의 구공탄이 19·22·32공탄 등으로 대형화되었을 뿐이다.
그만큼 희생도 대형화되기만 했다. 해마다 개량아궁이며 완전연소장치의 발명 등이 화제 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소용은 없다.
부실주택공사로 바닥에 틈새가 생기고 순도가 낮은 연탄 탓으로 불완전연소가 말썽을 일으키고, 그리고 당국에서 단속을 게을리 하고….
이래서 AFKN「텔레비전」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소리 없는 살인무기』라고 주한미군 병사들에게 툭하면 경고를 한다
서울의 거의 모든 가정에서 뿜어내는 연탄연기는 서울의 하늘을 마냥 더럽혀만 놓는다. 그리하여 시민들은 만성 일산화탄소 중독자들이 되어가며 있다.
그나마 서울의 서민 1백53만 가정은 하루 세 번 연탄을 갈아 땔 수 있는 것만도 고맙게 여겨야 한다.
나머지 8만 가구는 그만큼 여유가 있으니까 석유를 쓰는 그야말로 상류층. 이들은 물가의 높은 파동에도 별로 탈이 없다.
결딴나는 것은 연탄 가족들이다.
기름을 쓰지 않으면서 유가인상의 피해를 가장 크게 받아야 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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