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의 성실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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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치발전을 향한 중첩된 내정 과제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정착과 관련한 우리측의 기본자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한미 양국은 이미 우리측 내부변화를 틈탄 북한측의 도발이나 교란 가능성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 당국자간 회담의 원칙이 계속 불변하게 견지되고 있음을 천명한바 있다.
이것은 다시말해 북한측이 우리측의 내부문제 여하를 어떤 방향으로든 오판하거나 악용하려해선 안될 것임을 경고한 것이며, 우리측의 내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든 북한측이 할 일은 오직 순리적인 남북대화 방식에 순순히 호응해 오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을 재삼 환기한 것이었다.
우리의 민주정치 질서하에서는 여러가지 양상의 복잡한 변화와 곡절이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민주사회 요소들만의 자연스러운 내부소관일 뿐, 대공자세와 대북자세에 있어서는 아무런 변화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점에서 최근의 우리 내부사정과 관련해 북한측이 혹시라도 그 어떤 터무니없는 주관적 오판에 사로잡혀 섣부른 도발이나 전술적「제스처」에 탐닉한다면 그것은 치명적인 오산이 될 것이다.
북한당국은 이제야말로 도발의 망상이나 정치적 통일전선전술에서 탈피하여 남북간의 정당한 대화방식을 활성화할 성실성과 진지성을 보여야 할 때다.
북한측은 지금까지 겉으로는 대화다, 교류다, 또는 「스포츠」 단일「팀」구성이다 하고 말하면서도 그런 모든 접촉기회들을 한낱 통일전선 전술의 정치 선전무대로 이용하려 했으며, 그것이 통하지 않게 되자 대화의 창구는 물론, 직통전화마저 일방적으로 단절시켜 버렸음을 세계는 기억하고 있다.
이산가족 문제만해도 북한측은 회담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우리측의 법질서를 변경시켜야만 한다고 억지를 부렸으며, 남북간에 합의된 조절위원회간의 접촉은 외면하면서 엉뚱하게 대민족회의소집이란 어부성설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해 왔다.
북한측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결국 7·4공동성명에 대한 명백한 위반행위이며, 남북간의 신뢰회복에 바탕한 착실한 대화촉진보다는 남한의 적화망상에 계속 집착하고 있음을 스스로 폭로한 것이었다.
지난해 연초의 남북 단일탁구「팀」구성논의때도 북한측은 단일「팀」구성을 빙자한 한국 「팀」 출전저지에 몰두하여 세계양식의 빈축을 산 일이있지 않은가.
이런 비리와 억지. 그리고 악의에 계속 집착하는 한 북한측의 그 어떤 제의도 정당한 형태의 남북대화나 통일기반 조성에 하등 도움이 될 수 없음은 명백한 일이다.
따라서 북한측이 진심으로 대화와 교류, 그리고 선의의 공존에 응할 용의가 있다면 매사를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정당한 양식으로 우선 가능한 일부터『일이 되어지는 방향』으로 성실하게 제기하는 자세를 취해야만 하겠다.
남북직통전화의 재개나, 「모종의 편지」 전달건만 해도, 지난날과 같은 전술적 차원을 깨끗이 벗어나 당국과 당국간의 합의된 절차와 양식에 따라 적법하고 정당하게 수행되어야할 것이며, 혹시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우리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인 억지요구를 또 다시 제기하는 일이 있어선 안되겠다.
평화정착과 통일에 이르는 먼 도정을 밟아나감에 있어 북한측은 우선「스포츠」교류 등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려는 성의와 진지성을 보여 남북간의 신뢰회복 여망에 순응할 것을 요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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