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세계 경제 어둡지만은 않다 | 일 경제전문가 금삼구웅(가나모리·히사오)씨에게 듣는다 | 김두겸 동경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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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삼구웅>
▲1948년 동경대 법학부 졸업
▲1964년 경제기획청 내국조사과장
▲1965년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현)
◇저서=『경제성장과 기업경영』 『소득정책 논쟁』 『일본경제의 신차원』
-70년대를 흔히 『「쇼크」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닉슨·쇼크」에서 시작된 70년대의 경제는 「오일·쇼크」로 저물었다. 먼저 70년대의 세계 경제를 돌이켜보면-.
▲가나모리=70년대의 세계 경제는 참으로 험난했다.
7l년 8월 「닉슨」 미 대통령의 『「달러」·금 교환 정지』 조치로 국제통화 질서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달러」를 닻으로 하여 고정되어 있던 각국간의 환율이 표류하는 선박 같은 변동환율제로 바뀌었다.
이는 초대국 미국의 경제력이 무너지기 시작한 최초의 신호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닉슨·쇼크」의 여운이 채 끝나기도 전인 73년 10월에 다시 「오일·쇼크」가 일어났다.
「아랍」 산유국이 제4차 중동전쟁 후 원유가격을 단숨에 4배로 인상시킨 것이다.
선진공업국의 「인플레」와 달러 가치의 하락에 대한 산유국의 강력한 자기주장의 표현이었다.
「닉슨·쇼크」와 「오일·쇼크」로 세계 경제질서가 혼돈을 거듭하자 75년에 첫 서방 선진국 정상회담이 열렸다.
70년대의 세 번째 「쇼크」는 역시 『미·「이란」 경제단교』일 것이다.
이는 경제 「사이드」쪽에서만 본다면 앞의 두 「쇼크」보다 충격도가 덜하지만 이 「쇼크」가 어떻게 수습되느냐에 따라 80년대의 세계 경제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유가 50불 시대 멀잖다>
-70년대의 「쇼크」는 결과적으로 볼 때 그 어느 하나 제대로 매듭지어진 것이 없다.
우선 석유문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가나모리=70년대의 「오일·쇼크」는 주요 석유소비국이 중심이 되어 창설한 『국제 「에너지」기구』(IEA)에 의해 그런 대로 무난히 수습됐다.
일부에서는 79년의 세계 석유수급 사정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지만 IEA 등의 조정 등에 의해 오히려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다.
지금은 『85년 석유위기설』이 다시 나돌고 있다. 그러나 수급면에서는 큰 위기가 없을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석유가격이 계속적으로 오를 추세이고 석유 값이 오르면 석유 소비국들은 절약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
공급량에 맞추어 수요를 줄일 것이기 때문에 물량면에서의 위기는 우선 없을 것이다.
또 석유값 상승에 따라 대체 「에너지」 개발이 촉진될 것인데 적어도 85년께는 대체「에너지」개발 원가와 원유가격이 맞먹어 떨어질지도 모른다.
가격면에서는 상당히 비관적이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미 『30「달러」 원유시대』를 맞고 있다.
원유값은 더욱 더 오를 것이고 80년대 중반에는 50「달러」 원유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미 경제 중병상태 계속>
-수급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면 원유값이 계속 올라야 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가나모리=원유값 인상은 이를테면 산유국의 「자기보호」 측면에서 인식되어져야 할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 진행-「달러」가치의 하락-석유가격 인상 70년대의 현상이라면 80년대에도 이 같은 악순환은 되풀이될 것으로 봐야 한다.
-「카터」 미 대통령의 계속적인 「달러」방위조치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는 이미 기축 통화로서의 구실을 다 못하고 있다.
미국경제는 벌써 불황의 병에 걸렸다고 봐야 하나.
▲가나모리=불치의 병까지는 안가겠지만 상당한 중병상태다.
적어도 단기간적으로 보면 「인플레」는 계속 진행될 것이고 국제수지 호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통화질서 회복을 위해서는 서독의「마르크」, 일본의 「엔」화가 책임을 분담하는 것도 소망스럽다.
어쨌든 80년대에 들어서는 다시 한번 통화 논쟁이 불붙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당분간은 적어도 현재의 변동환율제를 대신하는 제도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설사 통화 논쟁이 격화된다 해도 변동환율제 속에서 가능한한 변동폭을 작게 하도록 각국이 협력해 나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겠는가.

<일-독-영은 안정 유지>
-미국 이외의 경제는.
▲가나모리=70년대의 격동 속에서 비교적 안정을 유지한 나라는 서독과 일본뿐이다.
서독·일본경제의 안정은 무엇보다 금 억제 정책에 성공, 물가를 그만큼 안정시켰기 때문이다.
80년대도 적어도 중반까지는 역시 서독·일본만이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영국은 북해유전의 영향으로 꾸준히 경제가 회복될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달러」화는 더욱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고, 적어도 일본 「엔」과의 환율은 80년에는 1「달러」=2백「엔」선, 그리고 80년대 중반에는 1「달러」=1백50「엔」선까지 「달러」화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한편 미국경제가 80년대 전반기까지 회복하기 어렵다고 해도 세계 경제환경은 70년대보다는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60년대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5%선에 지나지 않았으나 세계 무역은 7∼8%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70년대는 세계 무역 증가율이 성장률보다 하회한 최악의 10년이었다.
따라서 80년대는 비록 석유문제가 도사리고 있긴 해도 성장·무역 모두 70년대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개도국 수출환경 악화>
-일본정부는 80년 초에 이른바 태평양 경제공동체격인 「환태평양 연대」구상 최종보고서를 마련한다는 「스케줄」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권 형성 가능성은.
▲가나모리=단기간 안에 이 같은 「블록」이 형성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는 각기 지향하는 국가목표가 다르고 현실여건의 격차도 너무 심한데다 거기에 각국이 이른바 「대동아 공영권」을 먼저 연상하기 때문에 「아시아」만 EEC (구주공동시장)를 형성하겠다는 것은 어쩌면 한갓 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보다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같은 단순한 정보교환을 위한 협의체정도를 구상하는 것이 오히려 실현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70년대의 한국경제 성장은 개도국의 「심벌」로 평가됐다. 끝으로 80년대의 한국경제상을 어떻게 보는가.
▲가나모리=70년대의 한국경제 발전상은 정말 놀랄만한 것이었다.
경제성장률·수출신장률은 그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물가를 잡아야 한다.
80년대의 한국경제는 「인플레」를 어떻게 수속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세계 경기가 70년대보다는 다소 호전되긴 하겠지만 개도국의 수출 환경은 점차 악화될 조짐이다.
수출대책도 80년대에는 좀더 가다듬는 것이 소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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