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에 비친 서광 | 부족한 점 노력으로 보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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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아. 어느 물, 어느 바다 위에서 오줌발 찔끔거리고 있을 너의 항행을 생각한다. 뭍에 내리면 헛배가 부르고 어지럽다는 너, 묘한 부끄러움으로 나를 몰아놓고 휑 하니 바다로 달아나 버리는 홍길동 같은 너, 몸도 마음도 세상을 보는 시선도 어느 깊은 난류의 물빛처럼 화사하고 따뜻한 너를 생각한다. 국아, 수평선을 물고 달아나는 진수의 배 한 척, 알 수 없는 방언으로 재재거리는 갈매기의 족적, 그런 것들로부터 떠나와서 다시 웃어 보이고 있는 나를 보아라.
오늘은 이 반도에 눈도 내리고 사소한 우리의 길들이 환하게 지워지고 있다.
기쁘다. 그리고 이 기쁨을 주의의 모든 분들께 드립니다. 김주하, 김준오, 양왕용 선생님, 국현 형, 설호, 경, 부대문학회 회원들과 대야성치, 캄캄하게 어둠을 머금고 누우신 할머니, 가난하나 부족하지 않으신 저의 부모님께.
시는 늘 미지였으며 패배였습니다. 손들어 닿일 것 없는 시간 속에서 그 패배의 빛깔은 붉었고 그것은 은밀한 내상으로 배어 나왔습니다. 나의 목이며 가슴이며 좁은 등뒤로 배어나는 붉은 시의 반점. 그것은 당신네 바쁜 경영의 손바닥에도 있었으며 이 시대의 기울어진 모든 언저리이었습니다. 사랑, 그리고 극복이라고 쓰면서.
아직도 많이 부족한 저의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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