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사회의 기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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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해를 맞아 자신과 가족의 건강, 나라의 발전과 함께 명랑하고 진취적인 사회 분위기 조성을 희구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개인에게 있어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모두 그지없이 소망스럽듯이 한 나라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명랑하고 건강해야 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국민 모두가 이처럼 간절히 바라는 「건강사회」의 기조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요컨대 극악범죄나 재해가 없는 사회, 공해 없는 사회, 도덕이 지배하는 사회, 균형 있는 발전이 보장된 사회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일단 발병한 다음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 것보다는 건강할 때 질병의 조기발견에 힘쓰고, 건강상담·예방접종·위생교육·생활환경의 정비 등을 미리 해 두는 것이 건강관리의 요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또 인체의 모든 부분이 각기 제 기능을 다할 때 비로소 건강은 보장되는 것이며, 신체의 단 한곳이라도 고장이 있다면 그 사람을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나의 유기체라 할 수 있는 국가나 사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부문만이 아닌 전체가 건강한 사회, 어느 한곳의 기울음도 없이 고루 발전하는 사회, 그것이 건강사회인 것이다.
돌이켜 보건대, 70년대는 고도성장 「드라이브」로 인해 물질적인 풍요는 어느 정도 이룩했지만, 그 필연적인 결과로 정신면에서의 건강은 크게 피폐된 연대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남이야 어찌되건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의 극단적 이기주의가 탁류처럼 사회기풍을 혼탁하게 한데다 계층간·지역간의 불균형이 심화됨으로써 전반적인 사회불안의 요인이 축적돼 왔던 것이다.
자연파괴는 마침내 인간파괴를 자초, 하찮은 돈 몇 푼 때문에 인명살상까지 서슴지 않는 끔찍한 범죄가 빈발한 것도 그러려니와, 일확천금의 허욕에 들뜬 복부인들의 횡행으로 가정이 파괴되고 사회풍기가 문란해진 것 등은 지난 70년대 우리 사회의 서글픈 풍속도가 아닐 수 없다.
그 속에서 찌들고 메마른 마음을 현대 산업사회의 어쩔 수 없는 생리라고 체념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것은 결코 건강치 못한 병리적 단면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한 시대를 휩쓴 사회적 병폐를 과감히 수술해야 할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주역은 다름 아닌 국민들 자신이라는 자각을 할 때인 것이다.
경제의 성장도, 과학기술문명의 발달도 궁극적으로 지향하려는 목적은 계발된 인간들이 균형을 이루며 평화롭게 사는 복지사회, 곧 건강한 사회의 실현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건강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도층의 솔선수범도 물론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국민 자신의 현명한 판단과 슬기로운 행동, 그리고 도전에 직면해서의 용기 있는 결단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국민으로 하여금 이 같은 일치된 행동을 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신이 나는 사회의 기조인 것이다. 왜냐 하면 한국민은 한번 신이 나기만 하면 어떤 난국에서도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줄 아는 국민적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에 의해 되풀이된 침범, 거의 무에 가까운 자원에다 거치른 기후 조건 등 어려운 여건 속에 살면서도 민족의 정통을 지켜 온 것이 바로 우리의 이 같은 국민적 기질이었음은 역사가 입증한 바가 아니겠는가.
건강사회란 바꾸어 말하면 국민들을 신나게 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부정을 저지른 자가 어김없이 처벌을 받고,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치러진다는 믿음이 뿌리 박고, 찌들고 그늘진 곳을 바로 펴고 햇살이 들도록 해줄 때 우리 국민들은 신이 나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신이 나서 참여하는 건강사회의 분위기가 싹틀 때 민주화를 향한 새 시대의 여명은 한결 빛을 더할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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