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의 문제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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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해의 경제가 어떻게 될것인가에 대한 관심은 비단 전문가들만이 아닌 온국민의 관심사다.
그것은 단순히 새해경제에 국한된 관심이라기 보다 새 시대의 새로운 경제운영이 어떻게 변모될 것인가
또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것인가하는 변화에의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누적된 불합리와 이월된 숙제를 풀어야하며, 원유나 국제수지등 당면한 어려움도 해결해야하고, 동시에 새로운 경제질서의 초석을 마련해야 하는 삼중의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것도 경중을 가릴수 없는 과제들이므로 정책의 구상과 조합이 보다 차원 높은 동찰위의 것이 아니면 안된다.
누적된 불합리의 양기는 과감하게, 당면한 현실문제의 해결과 대응은 기민하게, 새 시대의 개발지향의 정립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굳이 완급을 가린다면 역시 원유와 국제수지, 점증하는 물가와 고용의 어려움이라 하겠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추산한 바로는 적어도 57억「달러」이상의 원유도입부담이 예상되어 경제전반에 심각한 주름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았다. 경상외화수입액의 30%를 기름값으로 부담해야될 형편이라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석유수요증가율을 단기적으로는 내리기 어렵다 면 결국 그 부담은 자체흡수할수 밖에 없으므로 선택할 수 있는 정책변수의 폭은 좁아진다.
빚을 그만큼 더 들여오거나 다른 국내지출을 줄이는길 밖에 없다. 해외차입을 석유부담증가이상으로 늘린다면 투자나 소비를 유지하고 성장도 지속할 수 있으나 그것은 문제의 이월이며 차입의 악순환일 뿐이다. 내년의 저성장은 따라서 어쩔수 없는 귀결이다.
종래처럼 성장율을 얼마로 잡아야하느냐의 정치적 발상과 접근방식으로 보면 저성장은 분명 거부반응을 부를지 모른다. 그러나 주어진 현실은 이제 더이상 잠재능력을 넘는 무리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것은 『저성장으로의 선회』가 아니라 제3차 석유파동에 대응하기 위한 제반수단의 결과치로 이해되어야한다.
석유파동에 대응하면서 성장도 유지하고 「인플레」국제수지도 함께 해결하자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성장유지가 아니라 당면한 석유파동과 국제수지를 해결하는일이며 그것은 투자·소비의 억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어느때 보다도 긴축기조의 강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있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의 긴축은 지금까지의 위장되고. 균형잃은 긴축이 아니라, 정치에 초연하게 재정·투자·소비등 각부문에서 균배되고 합의된 긴축이어야 한다.
긴축과 저성장은 필연적으로 실업의 증가를 수반할 것이나 이는 불급한 대형투자와 지출의 조정여력으로 어느정도 보완될 수 있다. 고용량 중심의 기업대책을 세우고, 농업노동의 과도한 이탈을 막는 유인이 제공된다면 추가적인 실업의 상당부분은 흡수될수 있을 것이다.
긴축의 국제수지개선 효과는 시차가 있으므로, 단기적으로는 대외공신력을 높여 교섭창구를 넓히고, 방만하게 편성된 내년도 예산도 이런 기조에 맞추어 과감하게 재편성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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