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고씨가족-그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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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많은것이 엄청나게 달라진 한 연대였다.
70년대-. 급격한 변화를 불러 일으킨 산업화 과정에서 새로 얻은 것이 많았지만 더불어 숱한시챙착오를
경험했다.
한 연대를 닫으면서 잃온것과 얻은것의 현장을 간다.
논을 살피러 갔다가 옆논에 뿌려진 농약냄새를 맡고는 졸도했다. 길을 걷다 쓰러지긴 헤아릴수도 없다.
이게는 업어다 주는 이웃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마저 하기가 부끄럽다. 전남부양군남면만월1리 고은석씨 한가
족6명-. 『수은중독이다』 『아니다』며 아직도 당국과 현지조사 의료진들의 입씨름이 매듭을 짓지못한 가
운데 이들의 증세는 발병2년이 지난 오늘도 나아진것이 없다.
고씨부부와 4남매는 원인불명의 전신마비증세로 지난해 3월부터 46일간 전남대·조선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완치되지 못한채 퇴원했다. 퇴원후 자가약물치를 계속했지만 아무런 효험이 없었다. 그리고 지난2
월부터는 약을 끊었다.
고씨부부는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떨리고 몹시 숨이차다. 매점을 눈앞에 두고도 성냥한갑을 사려면 서너
번 쉬어서 가야한다. 온몸애 한기가들고 다리의 힘이 빠지며 머리가어지럽고 아프다. 한달에 두번쯤 이같은
심한 증세로 펑균 닷새는 거동이 힘믈어 누워지낸다.
고씨부부의 걸음걸이는 마치 술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려 위태릅다. 광주에서 장사틀 하는 장남(28) 도 가끔
졸도한다. 2남(21)은 병고로 대학입시에 띨어져 삼수(三修) 중이며 3남(17·광주K고2년)도 눈이 흐리고 정신
집중이 안돼 겅부를 제대로 못한다. 광주에서 두동생의 공부를 뒷바라지 하는 장녀(24) 도 이들과 비슷한
증세를 그대로 갖고있다.
공해(公害)의 피해자들-. 잔류농약·중금속에 의한 토양과 농작물의 오염은 초년대에 무서운 현실로 나타
났다.
공단주변을 제외한 비교적 오염이덜된 농경지에서도 「카도뮴」·수은·「마라티온」동이최고0·46PPM
까지 발견됐다(화년9월 보사부조사). 농약공해로 해마다 소가 떼죽음 하는가하면 꿀벌이 전멸했다(금천시·
금능군). 신생아의 탯줄에서도 중금속이 검출됐다.
농약을 비롯한 각종 페수로 인한수질오염도 심각하다. 울산시 태화천에서 기형어 (아연· 수은검출)가 처
음 발견됐고(73년9월)국토의 젖줄인 한강·낙동강·영산강에서도 기형어가 잡힌다.
아산협의 준치·꽃게어의량이 해마다 20%썩 떨어진다. 농약이 홀러들고있기 때문. 그런데도 농약사용량
은 증산을 내세워 해마다늘어 5년사이2배로 증가했다(㏊당사용량 73년2·7㎏→78년5㎏.
정부당국이 정확한 한경오염실태를 파악하지 못해, 공해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지못하는것이 큰문
제로 지적되고 있다.
토양의 오염을 막기위해서는▲농약사용규제▲농약사용면허제▲농약공해감시체제 강화▲농약잔류허용기준
치 제경등이 시급하다.
또 산업페기물 처리방법이 개발되어야 하며 수질오염을 막기위해서는 지역별·수계별(水系別)대책이마련
되어야한다.

<김광섭· 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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