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끊긴 “양반사회춤” 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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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남의 고도 진주의 전통무용 발표 공연이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26일(하오3시·7시)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열렸다. 일반의 무관심속에 두 차례의 공연은 매희 총 3백40석의 좌석을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그나마 저녁공연에는「리포트」를 써야 하는 가랑머리 국악고교생을 제외하면 일반관객은 2O여명) 진행되었지만 춤의 내용은 수준급 이상이었다.
한국의 전통가무는 경기의 경기민요, 서북의 서도창과 가면춤, 호남의 남도창, 영남의 춤으로 지역에 따라 독특한 형태의 예술을 탄생시켜 키워왔다. 그중 진주는 예부터 영남춤의 중심지.
진주지방에서만 겨우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춤은 주요 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점된 진주검무와 경남지정 지방무형문화재 제3호인 한량무. 그밖에 승무·학춤 살풀이춤·양반춤 등으로 그 예능을 주로 보유하그 있던 여기의 대가 끊겨 오늘날에는 거의 자취를 감춰버린 양반사회의 춤들이다.
진주 민속예술 보존회(회강 박세제) 주최로 열린 이날 공연에서 특히 이채로뫘던 것은 진검무. 남색치마 휜저고리 위에 무사복과 전립, 홍색전대와 색동 한삼을 걸친 차림으로 2개의 칼을 휘두르며 경쾌하게 추는 춤인데 단순한 가운데 유연한 종의 흐름이 독륵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진주지방 춤으로 이날 소개된 배무는 불교의 의식무로서의 회무와는 전혀 다른 춤이었다.숙명적으로 불자로서의 인연이 없는 한 상좌승이 어쩔 수 없는 업보에마라 환속하게 되는 이야기를 형상화한 춤.
먹장삼에 붉은 가사를 걸친 6명 상좌승들의 고뇌와 불교적인 신비감이 융화된 춤사위가 종래의 승무와는 다른 인간적인 감동을 주는 것이었다.
춤이 끝날 무렵에는 어디선가 향사르는 향기가 흘러나오는 둣한 착각이 드는 것은 춤이 주는 감동때문이었다.
성계옥(53·검무와 한량무 기능보유자)·정행금(49)·김료이 (44) 씨등 40, 50대 가정주부와 영석명씨 등이 출연했다.
「마이크」사용의 미숙으로 해설 도중 무대 뒷소리가 계속 새어나오고, 공연도중 객석에서 출연자가 옷갈아 입는 것이 보이도록 하는 등의 무신경함은 시정되어야겠다.<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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