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스타일’ 간직한 15년 전 그 오빠들 최고의 팬서비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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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호 06면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아이돌’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각인시켰던 1세대 아이돌 그룹들이나, 당시 어른들에게 아이돌보다 더 큰 문화적 충격을 안겨줬던 ‘빠순이’들에게도 똑같이 시간이 흘렀다. 10년 정도의 아주 오랜 시간이.

8집 앨범으로다시 뭉친 GOD

9년 만에 내놓은 GOD의 신곡 ‘새터데이 나잇’은 예전 노래 ‘프라이데이 나잇’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올드 그레이드’ 버전이다. 남성미 풍기던 박준형은 어딘지 모르게 힘이 달려 보이고, 귀여운 소년 같던 손호영이나 윤계상의 얼굴엔 피할 수 없는 주름이 보일 듯하다. '프라이데이 나잇'에서 나비처럼 펄펄 날아오를 것 같던 데니의 춤사위도 중력의 힘을 못 이겨보인다. 워낙에 거구였던 김태우는 이제는 중년 비만을 걱정해야 할 것 같고.

그래도 반갑기만 하다. ‘하늘색 꿈’에서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라는 말에 어쩐지 눈물이 핑 돌 것만 같다. ‘새터데이 나잇’에서 “너 요새 뭐하니”라는 서로의 질문에 답을 얼버무리고, 오늘의 신곡보다 뒷부분에 삽입된 10여 년 전 자신들의 노래에 더 열광하며 춤추는 모습을 보며 ‘그래, 왜 진작 이래주지 못했어’라는 반가움과 회한이 교차된다. ‘환갑 아이돌’‘아이돌의 화석’이라고 어린 아이들이 비웃지만, 그걸 감당하고도 하루종일 들어도 질리지 않을 부담스럽지 않은 템포의 댄스곡에 대중들은 환호한다. 결과는 발표 후 차트에서 1위로 시작해 일단 승승장구다.

‘아이돌의 단군 할아버지’들이 새로운 세상을 개척할 때, GOD는 좀 달랐다. 얼굴을 다 가리는 요상한 앞머리 헤어스타일과, 온몸을 던지는 댄스와 랩을 섞은 아이돌의 전형을 그대로 따라하긴 했지만, ‘강북스타일 아이돌’로 불리던 그들은 무언가 빈 구석이 있어서 좋았고, 그 빈 구석에는 따뜻한 감성이 있었다. ‘전사 이미지’의 H.O.T나 젝스키스, ‘나쁜 오빠’의 매력을 풍기던 신화와도 달리, 아무리 폼을 잡아도 허술하고 순진한 구석이 있어 보였다. 소울풀하면서 리듬감과 감성적인 보컬로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김태우의 탁월한 보컬이 리드하는 그들의 노래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는’ 어머니, ‘잘가’라고 말하면서도 잊지마라고 속삭이는 감성의 세밀함을 파고드는 점에서 다른 아이돌이 따라올 수 없었다. 그 시절의 아이돌 그룹 중에서도 아직까지 입에 흥얼거릴 수 있는 기억에 남는 대표곡들이 가장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에는 교대역에서 “지치고 힘들 때…내가 거기 서 있을게 내가 너의 손잡아 줄게”라는 그들의 노래 ‘촛불 하나’를 부른 외국인의 동영상이 ‘힐링’ 비디오로 소셜네트워크에서 화제가 된 것처럼, 그들의 노래는 어쨌든 우리에게 손 내밀며 위로를 건네던 뭉클함이 있었다.

새로운 시대를 개척했던 아이돌들은 공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모두 해체해 뿔뿔이 흩어지고, 연기를 하거나 다른 길을 찾지 않으면 얼굴을 보기 힘들고, 가끔씩 들려오는 범죄와 연관된 소식들이 한 때의 불꽃의 허망함을 느끼게 했다. 그들에게 모든 열정을 바쳤던 '빠순이'들은 그저 화석처럼 남아버린 그 때의 추억을 쓸쓸히 이따금 돌아볼 수 밖에 없었다. 나이가 들었다고 좋아했던 마음이 없어지는 게 아닌데, 발라드 가수들은 여전히 황제의 자리를 누리며 현재형의 추억을 자극하는데 말이다.

그러니 아이돌의 추억을 아이돌의 원형 그대로 다시 보고 싶은 빠순이 1세대들의 ‘볼 권리’ ‘들을 권리’가 GOD를 계기로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 요즘 아이돌처럼 심장에 쾅쾅 바위 던지듯 하는 강렬한 비트가 아니더라도, 인형 같은 외모로 추어대는 격렬한 댄스가 아니더라도, 어쨌든 다섯 명 그대로가 나와서 옛 추억을 새롭게 펼쳐주는 모습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싶다. 15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리는 12, 13일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은 여전히 뜨거울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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