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못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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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 내 1~3평짜리 소규모 상가를 가진 조합원은 재건축에 따른 조합원아파트를 배정받기 힘들 것 같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재건축 아파트 내 상가 조합원도 새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도록 했으나 소형 상가는 시행령 등에서 정한 배정조건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가 조합원의 반대로 재건축 추진이 늦어지는 것을 줄이려던 당초 취지와 달리 재건축 아파트 일반조합원과 상가조합원 간에 아파트 배정을 둘러싼 마찰은 계속될 전망이다. 종전에는 재건축 후 상가를 짓지 않는 경우에만 상가조합원에게 아파트를 배정토록 했었다.

건설교통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이 법 시행령.시행규칙에 따르면 상가조합원의 아파트 배정 자격을 ▶총액 기준으로 종전 상가 평가금액에서 신규 상가 분양가를 뺀 차액이 최소 평형 아파트 분양가 이상이거나 이 차액이 최소 평형 아파트 분양가에 일정비율(조합 정관에서 정함)을 곱한 금액보다 높은 경우(A) ▶새로 분양하는 상가의 평가액(분양가)이 최소 평형 아파트 분양가보다 높은 경우(B)로 한정했다. 이 규정은 6월 말까지 사업승인을 못받는 재건축 아파트에 적용될 예정이다.

A조항을 보면 실제 종전 상가 평가금액이 신규 상가 분양가보다 높은 경우가 별로 없다. 서울 강북의 아파트 1층 상가 평가액은 평당 1천만원선이지만 신규 분양가는 평당 2천만원 이상이다.

3평짜리 상가 조합원이 재건축 후 용적률 증가로 5평짜리 상가를 받는다면 종전 평가액은 3천만원(1천만원×3평), 신규분양가는 1억원(2천만원×5평)으로 7천만원을 더 내야 한다.

게다가 상가조합원의 동의율을 높이려고 '일정 비율'을 1백% 미만으로 하기도 쉽지 않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파트 조합원 수가 늘면 일반분양분이 줄어 조합원의 추가부담금이 늘어나므로 모든 상가 조합원에게 아파트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B조항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권에서 재건축하는 최소 아파트 평형을 24평형으로 가정하고 평당 1천3백만원에 분양한다면 분양가는 3억1천2백만원이다.

이에 비해 요지에 있는 1층 상가 분양가는 평당 2천만~3천만원 선이어서 최소 10~16평 이상의 상가를 보유해야 상가 분양가가 최소 평형 아파트 분양가보다 커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수도권 주요 재건축 대상인 5층 이하 저층아파트 내 상가 가운데 상당수는 2~3평 단위로 쪼개져 있다는 데 있다.

한 회사가 장사가 안되는 큰 상가를 통째로 매입해 소규모로 분할 매각한 사례가 많았고, 서울 잠실.암사 명일.고덕지구 등 상당수 재건축 상가가 아파트 분양권을 노린 투기세력에 의해 1~2평씩 분할 매각됐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상가 평수가 큰 경우엔 이 법 조항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소규모 상가가 많으면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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