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장기적으론 큰 충격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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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테헤란」대학생들의 미국대사관 점거사건으로 야기된 군사·정치·경제대국 미국과 석유대국 「이란」간의 「경제전쟁」은 두나라 문제로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인 「제3의 석유위기」에 대한 긴박감을 가져와 국제금융 및 무역질서에 다소 파란을 일으켜 국제경제에 잠정적인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석유시장>
미국의 「석유단교」및 연이은 국내「이란」자산동결조치는 우선 국내외의 원유가 인상소지를 만들었다.
「이란」으로부터 매일 원유 70만「배럴」(미국1일수입원유량의8.8%)씩을 수입하던 미국은 그 부족량을 메우기 위해 현물시장을 통한 매입량을 늘리게 됨으로써 국제원유값은 연쇄적으로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가격 「카르텔」의 성격을 지녀온 OPEC는 최근 들어 원유감산을 통한 생산 「카르텔」의 성격으로 근본적인 변신을 시작했다.
서방선진공업국의 원유초과수요경향에 쐐기를 박고 산유국의 「자원보위」를 위해 취해진 OPEC의 이러한 변모추세는 미·「이란」의 대결로 더욱 촉진되고 있다.
원유감산과 현물시장가격의 폭등은 12월중에 있을 OPEC총회에서 유가인상을 부채질 할 것이 분명하다.

<무역금융>
재미「이란」자산속결은 당장에 국제신용거래에 차질을 빚고 나아가서는 「달러」화를 주축으로한 국제금융질서에 동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작년말까지 「이란」의 외환준비고는 1백21억5천2백만 「달러」였는데 이번 미국이 1백20억「달러」를 동결시킴으로써 그대부분이 묶이게 됐고 석유금수는 막대한 「오일· 달러」 의 「이란」 유입을 봉쇄해 놓았다.
그 결과 「이란」 외환사정은 극히 나빠져 일본 등 선진공업국들은 「이란」으로부터 수출대금을 받기가 어려워지고 무역거래가 중단상태에 빠지게돼 세계적으로 무역협력과 신용거래의 난국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많은 서방국들의 대「이란」수출품선적은 중단상태다.

<외환질서>
미국은 1백20억「달러」의 거액을 묶어 둠으로써 스스로의 경제흐름에 흠이 생겼고 또 석유단교로 빚어지는 국내경제의 혼란으로 「달러」화의 가치는 구주통정에 비해 상대적으르 떨어질 것이 예상된다.
미국의 「이란」재산 동결조치는 대부분의 석유수입을 「달러」의 형태로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산유국들로부터「위험한 선례」라고 규탄 받았다.
이런 불안 때문에 이들이 미국은행으로부터 속속 예금인출을 단행한다면 외환시장에서「달러」는 불신을 받게 되고 가치하락으로 인해 국제통화체제는 또다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아랍반응>
그러나 「아랍」산유국들이 미국으로부터 급격히 예금인출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럴 경우 미국으로부터의 경제보복도 예상되지만 설사 「달러」자산을「마르크」등 강세통화로 바꾼다하더라도 그사이에 자기들 조치로 「달러」가가 폭락한다면 큰 손실을 입는 것은 동조한 산유국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일본·「프랑스」등 서방선진공업국가도 역시 대미이해관계 때문에 겉으로는 미국입장에 동조하는 자세를 취하고있지만 속으로는 중동산유국의 눈치를 살피며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미·「이란」사태가 국제금융질서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전체의 안목에서 또 장기적 견지에서는 큰 충격은 안되겠지만 단기적·부분적인 면에서 보면 상당한 파동이 예측된다.
미·「이란」의 경제전쟁을 넓게 보아「자원민족주의」에 입각한 중동산유국의 「주체적발전의지」와 「경제적 팽창주의」를 겨냥한 선진공업국의「대국적지배의욕」간에 계속돼온 갈등관계의 폭발이라고 본다면 양쪽이 시련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할 때까지는 당분간 세계경제는 그 홍역을 치러야 할 것 같다. <이흥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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