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부들의 해상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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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홋까이도」근해어장에서 한국어선들을 몰아내기 위한 일본어부들의 해상난동사건은 한일양국간의 호혜관계에 암영을 던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외신에 따르면 1백t급 소형어선에 분승한 8백50명의 일본어부들이 18일 북해도 남쪽「우찌무라」만의 일본영해바깥쪽에서 명태잡이를 하던 한국 「트롤」어선에 대해 자기네 어장으로부터 물러가라고 외치며 해상추격을 벌였다는 것이다.
돌팔질마저 서슴지 않은 이 집단난동으로 우리어부 한 사람이 부상하고 조업이 중단되는 한 때 험악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는 것인데 그 이유야 어디 있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원양어선들이 미국 및 소련의 2백「마일」경제수역선포로 북양의 어장을 잃은 뒤 배치도근처 어장에서 조업을 시작한 수년전부터 현지어민들과 잦은 분규가 생기게 된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이번 집회난동을 일으킨 일본어부들은 한국 「트롤」어선들이 지난 9월에 맺은 신사협정을 깨고 어로작업을 했으며, 연해에 쳐놓은 명태잡이 정치망을 파손했기 때문에 한국어선들의 조업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모든 분규가 그렇듯 이번 사건에서도 서로의 입장을 내세울 구실이나 근거는 있다고 본다. 일본어부들의 입장에서 보면 눈앞의 황금어장에서 고기를 잡아가는 한국어선들이 눈의 가시처럼 여겨졌으리라는 것을 짐작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돌팔매질을 불사하면서까지 한국어선들을 축출하려는 행위는 한일양국간의 특수관계는 물론, 국제법상의 공해어로자유의 원칙마저 무시한 근친안적인 망발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미·소에 대항, 일본정부가 2백 「마일」경제수역을 선포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이를 적용치 않기로 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것이 자기네들의 국가이익에 부합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북해도 근해의 한국어선조업이 문제가 되면서 일본관계각료들은 한일어업협정개정, 2백해리 경제수역의 적용 등을 공언한바 있다. 심지어는 올 가을부터 한국에 대해 2백해리 경제수역을 부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와따나베」(전농상) 발언까지 나왔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은 한국의 상응조치가 겁났기 때문이라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일양국은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는 호양정신에 따라 이번과 같은 불상사의 재발을 방지하고, 한국어선의 안전조업을 보장할 합의점을 하루속히 찾아야 할 것이다.
물론 한국어선에 의한 정치망파손 같은 일본어부들의 재산상 손해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장이 있어야 하겠지만, 공해 상에서의 합법적인 우리 어선의 어로의 자유 또한 보장되어야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한일수결」로 어업협정이 맺어지기전 고기떼를 쫓아 평화선을 침범했다가 체포된 일본어부가 2천명에 이른 사실이라든지, 한일어업협정체결후 7년동안 공동규제수역안에서 일본선박에 의해 입은 우리 어선의 피해액수가 일본어선 피해보다 85배나 되었다는 사실을 일본정부나 어민들은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또 일본어민들이 이번 사건에서 보인 것과 같은 폭력시위가 자칫 두 국민간의 미묘한 민족감정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10·26사태후의 국내정치정세가 비단 북해도 근해에서 조업하는 우리어선 뿐아니라 모든 재외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에 한치의 주름도 가지 않도록 외무부는 배전의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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