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없는 수출」의 탈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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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도 수출목표 1백 55억「달러」달성은 상당한 시련이 예상되어왔다.
제2차 「오일·쇼크」로 인한 세계경기의 전반적인 후퇴, 주요선진국의 수출규제강화, 동경「라운드」의 성립지연 등 외적인 장애요인이 심상치 않았다.
그러나 외부에서의 충격 이전에 그러한 장애를 뛰어넘어야 할 우리의 수출전략 자체에는 허점이 없었는지 자생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 무역진흥공사가 해외무역관을 통해 조사한 『우리 나라 수출의 문제점』이라는 보고서는 우리의 수출자세 가운데서 시정되어야 할 항목들을 적절하게 잘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계약불이행, 가격경쟁력약화, 시장정보부족, 소량주문에 대한 불응 등이 한국상품에 대한 선호도를 떨어뜨리는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들고 있다.
즉 선적기일을 어긴다든가, 건축자재나 자동차 가격이 외국산보다 비싸 경쟁력이 없다든가, 저질상품을 수출하여 「클레임」을 받는 일이 흔하다는 것 등이다.
또 수출상대국의 기호나 「패션」의 변화 등을 모르고 수출하여, 「바긴·세일」시장에나 진열되는가 하면 소량주문에는 아예 응답조차하지 않는 일이 한국업체의 특성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외국 「바이어」들의 한국수출행태에 대한 불만은 한 두가지가 아닌 모양이다.
당초의 상품견양과 후에 선적해 보낸 상품의 내용이나 질이 판이하여 「클레임」을 당하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에는 「클레임」을 하려야 수출업자가 잠적해버린 후여서 「클레임」을 할 대상이 없어지는 사례마저 있다는 것이다.
계약을 하고도 다른 곳에서의 가격조건이 좋으면 수출선을 바꾸어 버리기도 하고, 우리의 내수경기가 나쁠 때는 해외로 돌아다니며 수입해줄 것을 간청하다가 일단 내수 측이 유리하게 되면 계속적인 공급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일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업체끼리 과당경쟁을 하여 「덤핑」수출까지 불사함으로써 국제적인 신용을 떨어뜨리는데 한몫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신용없는 수출』은 한국의 수출이 이미 오래 전부터 갖고있던 해묵은 고질이면서도 아직도 시정되지 않고 있으니 한마디로 놀라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무릇 모든 상행위는 신용이 바탕이 되어야한다는 것은 상식이전의 말이다.
그런데도 단발성 이기주의가 횡행하여 한국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을 흐리게 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일부 해외 「바이어」들이 수입선을 우리의 경쟁국쪽으로 돌리고 있다는 사실은 지속적인 수출증대를 저해하는 구체적인 증거이므로 수출태세의 정비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이다.
반면에는 한국상품의 시장개척을 위해 땀을 홀리는 수많은 역군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뜻에서도 수출액이 1백억「달러」를 넘어선지 3년이 지났으니 만큼 지난날의 마구잡이식을 지양하고 의젓하고 질서있는 수출을 해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야만 올해 수출목표 뿐만 아니라 5백억 달러」, 1천억「달러」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다.
상품은 곧 그 나라를 상징하는 구체적 물건이라는 자각아래 정부나 업계가 모두 잘못된 점을 고치도록 노력하기를 거듭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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